“민간에 부실 떠넘겼다” 비판
‘삼성重과 합병’ 현실성 적어
대우조선, 자구안 실행 뒤에
M&A 정부지원 있어야 가능
정부 내부에서 현재 조선 3사 체제를‘빅 2’(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합병사)로 재편하는 것에 대해 ‘타당하다’는 견해가 나오면서 향후 조선업계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정부가 그리고 있는 조선업계 구조조정의 ‘밑그림’을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14일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임종룡(사진) 금융위원장은 지난 4월 말 구조조정 관련 회의에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두 개의 그룹으로 조선업을 재편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현재의 조선 3사 체제를 개편하는 방안에 대해 정부 내부에서 정밀 검토가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시장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빅 2 체제’로의 개편, 방산 전문 조선업체 설립 등 다양한 방안이 제기됐다. 특히 업계 2∼3위인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간 합병이 시너지 효과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임 위원장이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빅딜 타당성을 검토하면서 최대 걸림돌로 꼽은 부분은 ‘자금’이다.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의 부채와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각각 17조 원과 7308%에 이른다.
삼성중공업 입장에서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만으로도 ‘부실 폭탄’을 끌어안게 된다. 경영 정상화 과정 없이 무리하게 빅딜을 추진할 경우 ‘민간에 부실을 떠넘겼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 입장이 ‘조기 매각’에서 ‘경영 정상화 이후 매각’으로 방향이 틀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이후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 방향은 일단 자구안 실행 등을 통해 빅3 체제를 유지하되, 업계 공동 컨설팅을 통해 사업재편과 설비감축 등 선제적이고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으로 바뀌었다. 업계 자율의 컨설팅 결과와 산업통상자원부 중심으로 마련될 조선산업 재편 방안을 조율해 보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대우조선해양이 ‘클린 컴퍼니’로 거듭나 자체 경쟁력을 유지한다면 삼성중공업과의 빅딜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살아남지 못한다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로 직행해 회생을 통한 해외 매각 등의 방안이 추진될 수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의 경쟁력 없는 부분을 정리하고 클린 컴퍼니로 만든 다음 삼성중공업 주도로 인수·합병(M&A)이 이뤄지고, 여기에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이 아니라면 삼성의 반발이 거셀 것이기 때문에 양사 합병 방안은 현실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대우조선해양은 중소 조선사로 내려앉거나 합병하는 2가지 방안뿐인데, 독(dock) 등 갖고 있는 설비 규모 등을 고려하면 국가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M&A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성기종 미래에셋대우 연구원도 “조선업 위기의 원인이 공급 과잉이기 때문에 각자 줄이는 것보다 합병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현재 삼성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여력도 없고, 할 이유도 없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과 공급과잉 해소 차원에서 외부에서 인위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충남·윤정선 기자 utopian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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