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만에 처음…‘백인’ 중심 ‘오스카’와 대조적

미국 공연계의 최대 축제인 토니상 시상식에서 70년 만에 처음 흑인 배우들이 뮤지컬 부문 남녀 배우상을 모두 휩쓸었다. 백인 중심 시상식이란 비판을 받았던 아카데미(오스카)상과 대조적으로 브로드웨이의 새 역사를 썼다는 평가가 나왔다.

허핑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12일 미 뉴욕 비컨 극장에서 열린 제70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힙합 뮤지컬 ‘해밀턴’의 레슬리 오덤 주니어가 뮤지컬 부문 남우 주연상을, 뮤지컬 ‘더 컬러 퍼플’에 출연한 신시아 에리보가 뮤지컬 부문 여우 주연상을 수상해 남녀 주연상이 모두 흑인 배우에게 돌아갔다. 이뿐만 아니라 해밀턴의 다비드 딕스와 르네 골즈베리가 각각 남녀 조연상을 받아 뮤지컬 부문의 4개 상은 모두 흑인 배우가 휩쓴 셈이 됐다. 이날 시상식 진행을 맡은 코미디언 제임스 코든은 아카데미 시상식이 백인 중심 논란을 일으켰던 것에 빗대 “오늘 시상식을 오스카처럼 생각해도 좋다. 그러나 우리에겐 다양성이 있다”고 풍자해 객석에 웃음을 안겼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상에서는 흑인 배우들이 중심이 된 토니상 시상식에 대해 이야기할 때 ‘TonySoBlack’(토니는 흑인 중심)이란 해시태그를 다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이는 지난 2월 아카데미 시상식의 인종차별 논란이 일면서 ‘OscarsSoWhite’(오스카는 백인 중심)라는 해시태그가 유행한 것을 변형한 것이다. 누리꾼들은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해서는 “자 봐라, 할리우드. 브로드웨이가 여기에 있다” “아카데미는 토니상을 주목해야 한다”는 등의 비판적 목소리를 내고, 토니상에 대해서는 “새 역사를 썼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지난 2월 열린 제88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는 백인 배우들이 남녀 주연상, 조연상 후보 20명의 명단을 모두 차지해 비판을 받았다. 87회 때도 백인들이 수상 후보 명단을 모두 채운 데 이어 또다시 백인 중심 논란이 일자 흑인 영화배우들 사이에서는 보이콧 움직임이 생기기도 했다. 유명 흑인 영화감독인 스파이크 리는 “2년 연속 남녀 조연상·주연상 후보 중 어떻게 유색 인종이 한 명도 없을 수가 있느냐”며 비판했고 흑인 배우 윌 스미스의 아내인 배우 제이다 핑킷 스미스도 불참을 선언한 바 있다.

한편 올해 시상식은 같은 날 오전 올랜도에서 발생한 총기 참사 때문에 비교적 경건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특히 뮤지컬 부문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등 11개 부문을 석권한 해밀턴의 린 마누엘 미란다 감독은 “아름다운 것들과 끔찍한 것들이 공존하는 세상을 그냥 내버려 둬선 안 된다. 특히 성소수자들(LGBT) 없이는 극장이 존재할 수 없는 때엔”이라며 슬픔을 표하기도 했다. 이날 갈라 공연에서 해밀턴의 배우들은 필수 소품인 소총 없이 연기하며 애도를 표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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