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응형 인물 - 처세술의 달인…
날것의 직장생활 모습 ‘맞장구’
무능한 상사가 조직발전 막아
일보다 자기위치 확인 우선시
매몰되지 말고 ‘성장’ 도모를
#“저 먼저 퇴근하겠습니다”(부하직원) “세상 좋아졌어. 우리 때는 상사보다 먼저 퇴근하는 건 상상도 못 했는데…”(상사) 85화 퇴근 편
#“먹고 놀자고 회식하는 건가! 부서 간 화합을 위해서 다들 모이자는 건데! 사람이 안 모이면 회식하는 의미가 없잖아. 회식도 회사생활의 연장이야! 야근이라고 생각하고 전원 참석해!”(상사) “그럼 수당도 나오나요?”(부하 직원) 230화 회식 편
◇웹툰이 묘사한 한국직장 문화 = 2011년부터 네이버에서 연재 중인 웹툰 ‘가우스전자’는 가상의 다국적 기업 ‘가우스전자’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다룬다. 일을 똑 부러지게 하면서 꽉 막힌 조직 문화 속에서 자신을 지킬 줄 아는 성형미 과장, 조직 문화에 불만은 많으나 천성이 워낙 둥글둥글해 조직에 순응하며 후배에게 조직 문화를 가르치는 이상식 대리, 명문대 출신으로 상사와 사우나에 가서 어깨에 새긴 회사 로고 문신을 자랑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부장님을 칭찬하는 듯한 메시지를 의도적으로 부장에게 보내는 등 처세술의 강자인 고득점 대리, 부하 직원들이 눈치 보며 퇴근을 못 할까 봐 일부러 밖에 나가 밀린 업무를 하고, 자기 커피는 자기가 타 마시는 최선수 부장, 이와 대조적으로 정시퇴근하면 눈치 주고, 퇴근 전에 일을 던져줘 야근을 강요하고 회식 자리에서 업무 잔소리를 늘어놓는 기성남 부장 등이 주요 인물. 어느 직장에나 있을 법한 인물을 등장시켜 회사 조직 문화를 해학적으로 묘사한다.
직장인을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라는 바둑 용어로 정의한 ‘미생’(윤태호 작가)이나 유통회사에 다니는 직장인들의 일상을 웃음으로 승화시킨 ‘쌉니다 천리마마트’ 등은 가우스전자와 함께 ‘직장 웹툰 열풍’이라는 문화 현상을 만들어냈다. 직장인들은 출퇴근 대중교통 안에서 직장 웹툰 한 편을 읽으며, 직장을 그린 ‘날것’ 그대로의 모습에 맞장구치고 욕하며 웃는다.
#“회사가 전쟁터라고? 밀어낼 때까지 그만두지 마라! 밖은 지옥이다.” 미생 81수
사표를 쓸지 말지 고민하는 등장인물 오상식 차장에게 오래전 회사를 떠난 동료가 건넨 이 한 마디는 미생 최고의 명대사로 꼽힌다. 한국 직장인은 왜 자꾸 일터로부터의 탈출을 꿈꾸는 것일까. 직장인 아빠는 늘 가족을 위해 자존감을 버린 대가로 월급을 받으며 고달프게 살아야 하는 걸까.
◇직원 격려하는 조직이 업무성과도 높아 = 삼성경제연구소가 발간한 ‘직장인의 행복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직장인이 느끼는 행복도는 100점 만점에 55점에 불과했다. 직장인 84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 연구에서 직장인들은 직장에서의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 1위로 ‘긍정적인 마인드’를 꼽았다. 2위는 업무에 대한 의미부여, 3위는 조직과 상사의 지원 순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인의 행복은 개인과 조직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해 조직의 성과를 끌어올린다. 1980년대 이후 ‘일하기 좋은 일터(Great Work Place)’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전개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보고서는 리더가 조직원을 자주 격려하는 조직은 그렇지 않은 조직보다 31%나 높은 업무성과를 창출한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좋은 일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칭찬을 하되, ‘지능’보다는 ‘노력과 전략’을 칭찬하며 구체적으로 칭찬할 이유가 있을 때 올바르게 칭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피드백을 할 때는 ‘평가적 발언’ 대신 ‘사실 기술적인 발언’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직장인을 행복하게 만드는 조직 문화는 생산성도 높인다는 인식은 직원뿐 아니라 경영자 사이에서도 널리 퍼져 있지만, 어쩐 일인지 한국직장의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 ‘꼰대 부장’은 정시퇴근과 일·가정 양립을 방해하고, 부장 밑에서 절치부심한 과장은 세월이 흐르면 결국 그도 ‘꼰대 부장’이 된다는 악순환이 일반적이다.
◇곽백수, “꼰대 상사는 무능한 상사” = 지난 14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작업실 근처에서 만난 가우스전자 곽백수 (본명·45) 작가는 “쓸데없는 야근을 강요하거나 불합리한 회의를 하는 상사는 사실 무능한 상사”라며 “이런 구성원이 많은 회사는 조직원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빼앗아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우스전자에는 조직 문화 개선을 주제로 한 중역 회의 장면이 자주 나온다.
#“피터 드러커가 말했습니다. ‘회의는 예외적으로 열려야 한다’고. 하지만 오전 회의, 오후 회의 그리고 수시로 모여서 하는 업무회의 등 회의로 낭비되는 시간이 너무 많습니다.” “그러게. 회의 많은 회사는 망한다고 하던데…” “한참 업무 보고 있는데 회의하자고 모이라고 하면 진짜 짜증 나지.” 177화 회의시간 편.
곽 작가는 “무능한 직원은 일보다는 경직적인 조직 문화나 인간관계로 자기 위치를 확인하려 한다”며 “일 자체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것들로 경쟁하는 조직이 되면 그 조직은 도태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윗사람만 변한다고 현실이 바뀔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젊은 직원이라고 해서 비효율적이고 권위적인 조직 문화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어떤 면에서는 취업난 등에 시달린 젊은 직원이 더 순응적이면서도 꼰대 기질이 많아 보인다”며 “나이가 어리면 조직 내에서 그런 면모를 드러내기 어렵고 나이가 들면서 표출하기 쉬워질 뿐”이라고 말했다. 곽 작가는 “인생 전체를 직장에 저당 잡힌 듯 살거나, 돈을 받고 남의 일을 해준다는 생각으로 직장을 다니면 결국 조직 구조에 매몰돼 무능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월호 사태에서 공무원들이 보여준 태도는 남의 일을 대신한다는 인식 아래 사명감도, 일의 즐거움도 모르는 직장인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불합리한 조직 문화를 당장 바꾸긴 힘들겠지만, 조직 안에서 내 일을 하면서 내 성장을 도모한다는 인식은 분명히 갖고 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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