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잔 드시지요.”
김동일이 술잔을 들면서 말했다. 원탁에 나란히 앉은 둘의 정면이 무대다. 거리는 5m 정도밖에 안 돼서 가수들의 옷자락 스치는 소리도 들린다. 술잔을 든 서동수가 50도짜리 백두산 인삼주를 한 입에 삼켰다. 그때 김동일이 옆으로 얼굴을 붙이더니 말했다.
“이번에도 군에서 장난을 치려고 합니다. 형님.”
숨을 들이켠 서동수가 시선을 주었을 때 김동일이 빙그레 웃었다. 다시 가수 셋이 노래를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더 경쾌한 리듬이다. 파티장 안에는 원탁이 둘 놓였는데 각 원탁에는 20명가량이 앉았다. 합(合)이 40명쯤 된다. 서동수가 앉은 주빈석에도 사복 차림의 장군이 절반 정도는 된다. 김동일이 힐끗 가수들에게 시선을 주더니 다시 서동수의 귀에 입을 가깝게 대었다.
“지금 우리 원탁에 앉은 장군 중에서도 셋이 반역 음모를 꾸미고 있지요.”
마치 가수들의 미모를 말하는 것 같다. 김동일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도 따라 웃었다. 그러고는 낮게 물었다.
“방법이 있습니까?”
“배후가 중국이오.”
그래놓고 다시 무대 쪽에 시선을 준 김동일이 손가락으로 가운데 가수를 가리키며 서동수에게 귓속말을 했다.
“이유학이를 시켰더니 이자가 중국 쪽에 붙은 군 강경파와 내통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 이중첩자 노릇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고는 김동일이 다시 빙그레 웃었다. 서동수는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문득 김동일에 대한 감동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것은 권력 세계에서 수십 년 지내온 자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여유 같다. 보통 사람들 같으면 못한다. 한국의 역대 어떤 지도자라고 해도 이런 분위기에선 단 며칠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김동일은 30대 중반이지만 젖을 떼면서부터 지도자 수련을 받은 것이나 같다. 그때 노래에 맞춰 손뼉을 치기 시작하던 김동일이 따라서 손뼉을 치는 서동수의 귀에 다시 입을 가깝게 대었다.
“아버지가 아무도 믿지 말라고 했지요. 아무도. 그 말씀이 내 머리에 박혀 있지요.”
그러고는 얼굴을 펴고 웃는다. 노래는 절정에 이르렀고 김동일의 손가락 표적이 된 가운데 가수는 얼굴이 상기된 채 열창을 했다. 미인이다. 저런 얼굴에 저런 몸을 갖추고 있다니. 손뼉을 치던 서동수의 시선이 여자와 마주쳤다. 김동일은 진한 화장을 싫어해서 여자는 민얼굴이나 같다. 갸름한 얼굴형에 반짝이는 눈, 막 벌어진 꽃잎 같은 입술, 목소리는 얼마나 낭랑한가? 그때 노래가 끝나고 박수갈채를 받으며 가수들이 인사를 했다. 그러나 김동일이 가운데 가수에게 손짓을 했다.
“형님, 미인이지요?”
김동일이 웃음 띤 얼굴로 물었으므로 서동수는 입안의 침만 삼켰다. 그때 가수가 다가와 인사를 하더니 서동수의 옆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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