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요소이다. 그래서인지 음식을 소재로 한 드라마들은 대부분 방영될 때마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화제 속에 방영되었다. 하지만 KBS2 수목드라마 ‘마스터-국수의 신’은 약간 다르다. 다양한 조리법을 자랑하는 국수를 소재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음식 소재 드라마와 달리 시청자의 반응이 약하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빼앗은 괴물과 그로 인해 부모를 잃은 아이가 자기 존재를 숨긴 채 복수를 꿈꾸다가 괴물로 변해가는 내용 때문이 아닐까 싶다.

드라마는 전통 국수로 유명한 식당 궁락원을 찾아 국수를 주문하는 무명(천정명)과 그의 아버지를 죽인 원수이자 궁락원 대표 김길도(조재현)의 만남으로 시작한다. 궁락원 대표 김길도와 절대 미각을 가진 무명의 대결 구도에 긴장감을 더하는 것은 국수이다. 김길도에게 국수가 하정태(조덕현)를 두 번 죽인 이유였다면, 무명에게 국수는 아버지의 인생을 가로챈 김길도에게 복수를 하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국수가 복수의 매개체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국수의 신’이란 부제가 무색할 정도로 음울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연출된다.

무명뿐만 아니라, 무명의 보육원 친구들도 각기 다른 사연으로 김길도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운다. 채여경(정유미)은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고아원 원장을 저지하다가 우발적으로 살인을 하게 되고, 박태하(이상엽)는 채여경 대신 살인자가 되어 교도소에 수감된다. 자신의 과거를 감추기 위한 김길도의 계략이 채여경과 박태하를 불행에 빠뜨린 것이다. 그런가 하면 궁락원의 잡부 김다해(공승연)는 김길도가 어머니를 죽였다고 의심한다.

각기 다른 입장의 이들은 김길도에게 복수하기 위해 궁락원으로 향한다. 채여경은 특수부 검사가 되어 김길도의 악행을 파헤치고, 박태하는 김길도의 수하가 되어 무명과 대립하게 된다. 김다해는 김길도의 아내이자 궁락원의 실질적인 상속자 고강숙(이일화)에 의해 면부로 승진했다가 궁락원의 지분 일부를 상속받으면서 김길도의 회유에 넘어간다.

오감을 자극하는 다양한 국수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김길도에 대한 복수가 부각되는 것은 전체 서사의 핵심에 김길도의 악행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에 어머니는 집을 나가고, 아버지에게 구타와 학대를 당할 정도로 비참한 인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고 변명하지만, 살인과 폭력을 마다하지 않는 그의 행동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

김길도는 어린 시절부터 거리에서 주운 신분증을 위조하여 남의 인생을 사는 데 익숙한 인물이다. 명문대 재학생 신분증으로 소태섭(김병기) 장군 아들의 입주 과외교사로 들어간 것이 그렇다. 하지만 그는 서재 금고에서 현금과 군 기밀문서를 훔치다가 가정부에게 발각되어 살인까지 저지를 정도로 악마적인 본성을 감추지 못한다.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명 수배된 그는 특유의 위장술로 군인이 되었다가 파일럿이 되기도 하면서 유유자적 도피 행각을 벌인다.

김길도의 운명을 바꾼 결정적인 사건은 깊은 산속 오두막집에서 궁중꿩메밀 국수 조리법을 연구하던 하정태를 만나 친구처럼 지내다가 그를 죽인 것이다. 하정태의 국수 비법을 가로챈 것으로도 모자라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하정태로 살아가는 김길도는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괴물이다. 국수 장인으로서 전혀 손색이 없는 절대 미각조차 일그러뜨리는 김길도의 탐욕이 무서울 뿐이다.

충남대 교수·드라마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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