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세계를 똑같이 모사한 지도(地圖)는 없다. 3차원의 실체를 2차원 평면에 배치하려면 왜곡될 수밖에 없다. 구형의 지구에서는 바로 붙어 있는 지역도 지도상으론 양 극단에 위치할 수 있다. 1:1 지도가 아닌 한 생략도 불가피하다. 지도는 자연 그대로가 아닌, 개념화한 이미지로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준다. 거기엔 특정 시대·장소의 사회질서가 반영돼 있다. 구성원은 지도를 통해 공간지각과 세계관을 공유해간다.
지도엔 권력이 숨어 있다. 옛 중국에서 제후국은 복속의 의미로 지도를 바쳤다. 지도 제작자의 의도에 따라 특정 사실이 배제되거나 과장되기도 한다. 객관적인 측량기술을 동원한 지도라도 내용은 중립적이지 않다. 지도는 세계를 재현하는 게 아니라 구성하는 것이고, 지도가 현실을 모방하는 게 아니라 현실이 지도를 모방한다.(와카바야시 미키오, ‘지도의 상상력’)
디지털 시대에 지도의 권력은 더 커졌고, 그 중심에 구글이 있다. 구글 검색은 월 1000억 건, 이 중 3분의 1이 장소와 관련된 것이다. 디지털 세계에서는 데이터가 화폐다. 지도 정보는 수익과 직결된다. 우버·에어비앤비 같은 공유경제나 아마존·페덱스의 물류 혁신이 그렇다. 구글은 막대한 돈을 들여 위성사진, 스트리트 뷰, 도로 지도 등 관련 자료를 닥치는 대로 수집해왔다. 지난해 기준 구글 지도 사용자는 10억 명을 넘었고, 60여 개국에서 200만 곳 이상의 교통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구글 맵이 그 나라의 유일한 지도인 제3세계국도 있다.
구글 권력이 유독 맥을 못 추는 곳이 한국이다. 토종 네이버에 눌려 검색 점유율이 한 자릿수다. 그런 구글이 이달 초 한국 정부에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요구하고 나섰다. 현재 한국 내에서는 구글 맵 서비스가 먹통에 가깝다. 서버를 미국에 두고 있어 네이버·다음과 달리 상세한 지도를 이용할 수 없어서다. 그러다 보니 구글 맵을 쓰는 외국인 관광객이 길을 못 찾고 쩔쩔매는 사례가 잦다. 정부는 청와대나 군사시설 같은 국가안보 시설의 노출을 우려한다. 그러나 구글 맵 글로벌 버전이나 상업적으로 판매되는 위성사진에는 청와대 등이 선명하게 나타나 있다. 최근 들어선 구글 지도 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자율주행차·공유경제 등 신산업 분야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지도 주권’을 확보하면서 신산업을 살려 나갈 방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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