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조선업 구조조정 관련 관계기관 회의에서 ‘빅3’보다 ‘빅2’로 재편되는 게 “타당하다”고 말한 사실이 문화일보 취재 결과 14일 처음 확인됐다. 정부가 시장과 채권단에게만 구조조정을 떠넘기지 않고 내부적으로 조선 산업 재편의 방향을 나름대로 ‘고심’하고 있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임 위원장의 발언은 조선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빅2 체제가 바람직하다는 취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문화일보가 회의 메모 자료라는 분명한 근거를 갖고 보도했는데도 불구, “출처도 불분명한 문건” “시장 루머 등 근거 없는 내용” 등을 운운하며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등을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부인하기에 바빴다. 그러면서 “정부 주도의 인위적 구조조정은 바람직하지도 않으며 가능하지도 않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변했다.

정부가 이렇게까지 나오는 속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자칫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으로 비칠 경우 국제적인 통상 마찰을 빚을 수 있고, 주인이 있는 정상 기업을 상대로 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합병 발언 자체만으로도 정부 개입으로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임 위원장은 최근 해운 산업에 대해서는 “한진해운의 정상화 추진 상황을 보아가며 현대상선과의 합병, 경쟁 체제 유지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해운은 밑그림을 드러내놓고 발언하면서도 조선은 왜 안 되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임 위원장의 발언이 담긴 회의록을 토대로 취재에 들어가자 금융위는 “구조조정 관련 회의가 일주일에도 2, 3번 있어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면서도 뒤로는 유출자를 찾기에 바빴다. 또 “임 위원장의 발언이 공개될 경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날 것”이라며 기사도 나가기 전에 해명자료를 준비하기에 급급했다.

공급과잉 산업의 재편 밑그림을 그려 업계를 유도하고 지원하는 것은 정부의 책무다. 그것을 놓고 ‘인위적’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나무’가 아닌 큰 ‘숲’을 보고 구조조정을 지휘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윤정선 경제산업부 기자 wowjota@
윤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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