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노조가 14일 조합원 85%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했다. 당장 파업에 들어가는 건 아니라 해도, 천문학적 부실 속에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회사 사정은 안중에 없는 노조의 무책임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노조는 “회사와 채권단이 노조가 제안한 3자 협의체를 구성하면 파업을 막을 수 있다”고 했지만, 그런 주장을 펼 처지가 못 된다. 지난해 7월 3조 원 규모의 분식회계가 드러난 뒤 10월 정부와 산업은행이 4조2000억 원의 경영지원자금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노조는 임금동결·쟁의금지 동의서를 제출했다. 당시 ‘조합원과 전체 구성원의 생존권을 위한 과감한 결단’이라고 했던 노조가 이제 와서 표변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 8일 조선 ‘빅3’의 설비 20%, 인력 30% 이상을 줄이는 등의 구조조정안을 내놓았지만, 대우조선을 살리기 위한 물타기 대책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기대에 못 미친 자구안마저 노조는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특수선사업부 분할 매각과 인위적 인력 감축에 반대하지만 그 정도의 조정도 없는 구조조정은 어불성설이다. 노조는 초기엔 고통 분담을 수용하는 척했으나 구조조정안 확정을 전후해 강경해졌다. 어정쩡한 정책이 노조의 기만 살려준 셈이다. 여소야대로 정치 지형이 바뀐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런 와중에 대우조선 차장급 직원이 8년에 걸쳐 180억 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경영진이 비리 혐의로 수사 받는 터에 일반 직원의 부패까지 드러난 것이다. 더구나 8년 간 회사는 횡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하니, 빙산의 일각은 아닐지 걱정된다. 국민 혈세(血稅) 수 조원을 쏟아붓던 시기에 안에서는 곳간을 털고 있었다는 얘기다. 윗물도 아랫물도 다 썩은 조직이 아닐 수 없다.

천문학적 지원에도 여전히 생사의 기로에 선 기업이라면 비장한 각오와 뼈를 깎는 노력이 있어도 회생을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런 의지나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더 이상 세금을 집어넣어 연명시키는 일은 가당찮다. 채권단은 대우조선에 경영지원자금 추가 투입을 당장 중단해 엄정한 구조조정 의지를 보여야 한다. 대마불사(大馬不死) 환상을 깰 수 있도록 파산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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