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독일 베를린의 카를 폰 오시에츠키 김나지움 교사 휴게실에서 쉐네베르거(오른쪽 세 번째) 교장과 교사들이 수업을 마친 뒤 수업 내용에 대한 평가토론을 하고 있다.
지난 2월 독일 베를린의 카를 폰 오시에츠키 김나지움 교사 휴게실에서 쉐네베르거(오른쪽 세 번째) 교장과 교사들이 수업을 마친 뒤 수업 내용에 대한 평가토론을 하고 있다.
3 ‘통일 교육’ 제대로 가고 있나

지난 2월 19일 독일 베를린 북부 판코우에 위치한 카를 폰 오시에츠키 김나지움(Carl-von-Ossietzky-Gymnasium) 12학년 교실. 남학생 8명과 여학생 13명이 정치수업에서 최근 유럽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인 ‘난민문제와 유럽의 미래’를 주제로 토론이 한창이었다. 학생들은 서로 손을 들어가며 자기 팀에서 도출한 주장과 근거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교사가 토론을 한 방향으로 강요하거나 정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쉐네베르거 교장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전개해 나갈 수 있는 장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지, 생각을 한 방향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제시하지는 않는다”며 “교사의 (중간자적인)역할은 매우 중요한 문제로, 정답을 학생들에게 제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통일을 이루고, 다문화 이주민을 더 빨리 수용한 독일에서는 난민과 다문화에 대한 교육은 물론, 통일에 대한 교육에서도 정해진 정답을 강요하지 않았다. 정치적·획일적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최근의 다문화 흐름도 반영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통일 교육과 좋은 대비를 이룬다.

박성춘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70여 년 분단 동안 통일 교육은 반공과 안보·민족으로 변해왔지만, 새로운 시대와 세대에게는 이런 것보다는 다양성과 통일성의 조화를 통한 다문화 시대의 통일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문화에 대한 배려 없는 통일 교육 = 다양한 민족적·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회 구성원들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민족공동체의 공존과 공영을 강조한 민족통일 교육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교사들은 학교 현장에서 국제결혼 가정 및 외국인가정 출신의 이주배경을 가진 학생들을 가르칠 때 통일 교육 과정에서 당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한다. 고등학교 윤리 교사 Y 씨는 “통일 교육에서 북한과 남한의 민족 간 동일성이 교육되는데, 이 부분을 강조하면 중국 학생과 일본 학생이 고개를 숙인다”며 “이 부분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에서 다문화 전문교사로 활동하는 S 씨도 “조선족과 고려인 재외동포들을 대상으로 통일 교육을 해보면 한국 아이들과는 달리 남의 나라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동포지만 사실은 외국인으로 성장해온 아이들에게 잘못 교육하면 ‘교화’가 되고, 아직 준비가 안 된 아이들한테 강요하는 것이 된다”고 말했다. 다문화 교사 P 씨는 “6·25 전쟁을 설명할 때 압록강 진격에서 중공군 침입이 나오는데, 중국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이야기를 얼버무리게 된다”며 “또 우리 학교엔 러시아 학생이 많은데, 그러면 베트남·이집트 아이들이 소외될 것 같은 느낌에 (소극적인 교육이) 어느덧 몸에 익어 가게 된다”고 말했다.

탈북자에 대한 교육도 다문화 범주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박 교수는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 수가 2만5000명을 넘어서면서 한민족이라는 동질감보다는 가치관의 차이, 문화와 생활습관, 사고에서의 차이로 인한 갈등과 고정관념이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남북한 주민들 사이의 문제일 뿐 아니라, 다양한 인종과 민족·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게 될 통일 이후 한국 사회의 중요한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경우, 난민을 비롯한 다문화를 위한 교육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카를 폰 오시에츠키 김나지움의 역사 교사는 “학교에서는 최근 특별히 난민 주제를 더 많이 다룬다”며 “현재 이 학교에 속해 있는 24명의 난민 학생들을 인터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서 교생 실습 중인 예비 교사는 “외국인학생과 난민을 다른 학생들과 1대 1로 연결해 학교생활에 도움을 주거나 질문에 답해주고, 같이 어울릴 수 있게 해 그들의 생활 적응을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감한 정치내용에 대한 무비판적 교육 = 다문화는 물론 그동안 우리의 통일 교육은 어떤 다른 교육영역보다 정치적 영향을 많이 받아왔다. 시대적 상황과 정권의 성격, 남북관계와 통일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반공통일 교육과 안보통일 교육, 민족통일 교육을 오락가락하며 성격이 변해왔다.

박 교수는 “남북관계와 통일문제는 민감한 정치적인 내용이 많아 교사는 수업 내용을 구성하고 가르치는 데 있어 국가 기관에서 제공하는 자료에 주로 의존했던 문제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5 학교통일교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이 북한 및 통일과 관련한 정보를 얻는 곳은 TV 및 라디오가 35.9%, 인터넷·블로그·SNS 등이 22.5%, 신문·잡지가 2.5% 등으로 대중매체를 통한 북한 이해가 60%에 달했다. 반면, 학교 수업을 통해 북한 및 통일 관련 정보를 얻는 비율은 27.2%에 불과했다.

이러한 한계로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수업이 진행되고, 학생들은 통일문제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중학교 사회 교사 B 씨는 “언론 매체에서 북한의 인상을 정해버리니까 아무래도 그게 애들한테는 많이 남았는지, 인식을 바꾸는데 굉장히 힘들다”며 “통일 교육은 매체가 전부이다 보니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너무 팽배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윤리 교사 K 씨는 “다양한 생각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통일에 대한 논의도 있어야 하는데, 중학교 통일 단원에 들어오면 여전히 불가능한 지대라는 생각이 든다”며 “첫 단원 이름부터 통일의 필요성으로 통일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게 아니라 필요하다고 느끼라는 식으로 교육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학교 영어 교사 Y 씨는 “통일 교육이 종교 교육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믿어라, 돼야 한다, 그러니 학생들이 듣기 싫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탓인지 실제, 젊은 세대들은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크게 공감하지 않고 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2015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통일 필요성에 대한 응답률이 2014년 55.8%에서 2015년 51.0%로 감소했다. 특히 20대는 30.7%, 30대는 36.2%만이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탈북 대학생 S 씨는 “통일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나 생각을 해본 세대가 아니다”라며 “이제는 민족성 같은 것은 더 이상 필요 없는 시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베를린 = 글·사진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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