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이미지 벗고 고급화… 수십만원대에도 품귀 현상
한두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은 비록 가격이 저렴하지만 거기에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입히면 더욱 값어치 있는 상품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일본의 ‘투명 비닐우산’이 증명해주고 있다. 일본의 길거리나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이 우산이 어느덧 주요 왕실에서도 애용되는 명품으로 등극한 것이다.
지난 5월 10일, 올해 90세 생일을 맞은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는 런던 버킹엄궁전에서 열린 한 파티에 참석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열린 이 파티에 엘리자베스 2세는 분홍색 손잡이가 달린 투명 비닐우산을 받쳐 들고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012년 1월 외부 일정에 나선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와 윌리엄 윈저 왕세손도 엘리자베스 2세의 것과 비슷한 비닐우산을 쓰고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우산은 영국 왕실에 우산을 납품하는 ‘펄튼(Fulton)’이란 업체가 만든 것으로 개당 가격은 5만~6만 원부터 시작한다. 어마어마한 가격은 아니지만, 우산치고는 비싸다고 여겨질 수도 있는 펄튼의 비닐우산은 새장 모양의 독특한 디자인과 ‘왕실 우산’이란 평가만으로 이미 명품 반열에 올라 있다.
일본 왕실도 비닐우산을 사용한다. 아키히토(明仁) 일왕 등은 야외 일정 중에 비가 내리면 “행사에 모인 사람들의 얼굴이 잘 보인다”는 이유로 투명한 비닐우산을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자인과 실용성을 모두 갖춘 투명 비닐우산은 사실 일본에서 처음 발명됐다. 산케이(産經)신문에 따르면 비닐우산을 처음 만든 업체는 도쿄(東京)의 ‘화이트로즈’라는 우산 업체였다. 당시만 해도 우산의 재질은 대부분 면직물이었지만, 이 업체가 1950년대에 방수성이 뛰어난 비닐로 우산을 처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후 미국인 바이어들의 손에 의해서 일본 밖으로도 비닐우산이 퍼져, 온 세상에서 이 우산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비닐우산의 첫 출시 당시 가격은 면직물 우산 못지않게 비쌌지만, 비닐 사용이 보편화된 후에는 가격이 내려가 현재는 일본 편의점 등에서 500엔(5500원) 정도면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반면 일부 고급 우산업체들은 화려한 디자인을 가미해 개당 수십만 원대에 이르는 명품 비닐우산을 제작하기도 한다. 일부 명품 비닐우산은 품귀 현상이 빚어질 정도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