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 발자취도 재조명

우리나라 1세대 서양철학자로 독립운동가이며 민주화운동가로서 연세대 초창기의 인문학적 기틀을 세운 서산 정석해(西山 鄭錫海·1899∼1996)의 평전 ‘철학자 정석해’(사진)와 그의 철학논집 ‘진리와 그 주변’이 출판사 사월의책에서 나왔다. 정석해는 젊은 세대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1919년 기미독립운동에서 학생만세시위를 주동한 인물이었고, 4·19혁명 당시에는 이승만 정권 붕괴의 결정타가 된 ‘4·25 교수시위’의 주도자였다. 일찍이 유럽으로 건너가 철학을 비롯한 선진 학문을 당대 최고의 학자들에게 직접 습득해 이 땅에 전수한 1세대 서양철학자이기도 하다.

평전은 정석해의 제자인 박상규 전 홍익대 미학과 교수가 서산의 심층인터뷰, 주변 인물들의 증언, 수많은 기록들을 모아 이전에 냈었으나, 그의 사후 20주기를 맞아 미비한 기록과 편지글 등을 보완해 다시 출간했다. 연대순으로 정석해라는 인물의 초상을 복원하고, 정석해의 사상과 삶 안팎을 통해 그의 현재적 의미를 되짚는다.

평전에는 우리가 잘 모르는 3·1운동의 발발과 전개 과정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가 나온다. 탑골공원에서의 만세는 어떻게 시작됐으며, 어떻게 전국으로 퍼져나갔는가에 대한 생생한 증언을 접할 수 있다. 3·1운동으로 인해 만주로 망명한 서산은 그곳에서도 국내 총기 반입 등 독립운동에 가담하다 1920년 파리 유학길에 오른다. 철학자이자 혁명가였던 한 인물을 통해 지나온 시대의 풍경, 인물들을 생생하게 그린다. 한국 현대사를 만든 여러 인물과 사건들의 뒷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역사서이기도 하다.

‘진리와 그 주변’은 서산의 유일한 저작으로, 평생 골몰한 철학적 주제들이 다채롭게 펼쳐지며 그의 철학이 어떻게 정치적 실천으로 이어졌는지를 보여준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