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지적에 보낸 경영관리단
업무추진비 유흥주점서 펑펑
퇴직임원 CFO는 ‘거수기’役

“정책금융기관 필요한지 의문”
총체적 부실… 대수술 필요論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경영관리 등의 책임이 있는 산업은행이 만든 어떤 ‘감시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산은이 국회 등의 지적이 있을 때마다 ‘땜질식 처방’으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파견하고 경영평가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 중 어느 하나도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을 감시하지 못한 것이다. 이 같은 산은의 총체적인 관리 부실의 구조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시각이 많다. 이에 따라 ‘제2의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재연되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산은의 정책금융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대수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감사원과 산은 등에 따르면 산은은 지난해 진행된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우조선해양 CFO 파견을 통한 간접 경영 관리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에 “‘경영관리단’을 파견해 적극적으로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보고했다. 하지만 감사원 조사 결과 부장급 직원이 단장으로 있는 ‘경영관리단’은 제 역할을 못했다. 오히려 3조 원이 넘는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부실이 드러난 와중에 편법으로 성과급 877억 원을 지급하는 데 도장을 찍어주는 역할을 했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파견된 산은 경영관리단은 유흥업소와 골프장을 드나드는 데 더 바빴다. 경영관리단은 업무추진비(업추비)로 유흥주점에서 한 번에 380만 원을 결제하는 등 총 1억2121만 원을 부당하게 사용했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관리 명목으로 파견돼 ‘갑질’을 일삼은 것이다.

외부 지적에도 산은의 관리 부실은 ‘일관’됐다. 예우 차원에서 대우조선해양 퇴직 임원을 자문역으로 위촉, 수억 원의 연봉을 지급하는 관행을 고치라는 국회 지적에도 산은은 팔짱만 끼고 있었다. 대우조선해양은 국회 지적으로 ‘퇴직임원 예우규칙’을 폐지했지만 거기까지가 전부였다. 뒤로는 자문료를 계속 챙겨줘 200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구체적인 자문 실적 없이도 자문료로 총 22억 원을 지급했다. 산은 출신 CFO들도 자문료로 총 3억 원을 받아 챙겼다.

“관리 체계를 강화하라”는 지적으로 대우조선해양에 파견된 산은 퇴직임원 출신 CFO는 ‘거수기’ 역할을 하는 데 그쳤다. 플로팅 호텔 등 조선업과 상관 없는 대우조선해양의 비정상적인 투자에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찬성표’를 던졌다. 부실을 막기 위해 파견된 이들이 부실 사업 추진 명분을 주고 앉아 있었던 꼴이다.

산은의 엉터리 관리는 한 해도 거르지 않았다. 매년 대우조선해양과 MOU를 맺고 경영실적을 평가했지만, 분식회계 의혹을 드러낼 수 있는 중요자료인 총예정원가 등은 평가하지 않았다. 결국 1조5000억 원 규모로 추정되는 분식회계가 벌어지는데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김우찬(경제개혁연구소 소장)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감사 결과만 보면 산은과 수출입은행 등 정책 금융기관이 과연 필요한지 의문이 들 정도”라며 “앞으로 정책 금융기관의 업무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민간기업에 넘기는 방향으로 대수술에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

관련기사

윤정선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