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순환 감사’실태

겸직 금지한 상법 411조 위반
호텔롯데 박동기 대표이사도
8개월간 감사위원 겸직해와

롯데쇼핑 운영담당 강종현
작년 9월까지 18개월 겸직


롯데그룹이 ‘내부자’인 롯데쇼핑 재무 담당 임원 1명에게 18개 계열사의 감사직을 몰아준 것은 계열사에 대한 외부 감시 기능을 사실상 없앴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감시자’가 없었던 롯데그룹은 현재 검찰로부터 계열사 간 자산·자본거래, 일감 몰아주기, 부동산거래 등의 전형적 방법으로 수천억 원대 배임·횡령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그룹 재무통 감사 보내 내부 비리 방조했나 =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장호주(55) 롯데쇼핑 재무담당 전무는 지난 2012년 이후 18개 계열사의 감사를 맡았다. 특히 장 전무는 부동산개발 관련 계열사 감사나 대표이사를 집중적으로 맡고 있다. 그는 특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측근이자 롯데 11개 계열사 대표를 맡고 있는 김창권(58) 롯데자산개발 대표와 호흡을 맞추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장 전무가 감사로 있는 롯데자산개발, 롯데수원역쇼핑타운의 대표이사는 김 대표다. 장 전무는 또 부동산개발 관련 업체로 알려진 롯데인천타운, 롯데인천개발 대표이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장 전무가 롯데 계열사에 의해 인수·합병(M&A)되는 계열사 감사를 자주 맡은 사실도 주목할 점이다. 그는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는 2013년 호텔롯데의 제주·부여리조트 M&A 당시 두 곳 리조트의 감사였다. M&A나 부동산 개발 등 그룹 차원의 중요 사업이 생기면, 장 전무를 관련 계열사 감사로 내려보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계열사 자산·자본 거래에 대한 감시가 제대로 됐을 리 없고, 감사가 그룹 주도의 M&A 작업을 오히려 도왔을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순환출자에 이은 ‘순환감사’ 고리=또 호텔롯데의 대표이사 등 이사진은 감사위원을 겸직해 왔다. 외부인에게 감사를 맡기는 대신, 제 식구에게 감사 자리를 내준 전근대적 경영 행태를 보인 것이다. 실제 박동기(59) 호텔롯데 월드사업부 대표이사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약 8개월 간 감사위원을 겸직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2월 25일 대표이사로 선임된 지 7개월 뒤인 9월 10일 호텔롯데 감사위원으로 임명됐다. 박 대표는 이후 약 8개월간 두 직책을 겸직하다가 지난달 18일에야 감사위원에서 물러났다. 강종현(52) 롯데쇼핑 운영담당 전무도 2014년 3월 28일 감사위원으로 임명된 뒤, 지난해 9월 10일 감사위원 3인이 새로 임명되기 전까지 홀로 감사위원을 겸직했다. 이는 ‘감사위원회는 3인 이상으로 구성된다’는 상법 415조 2항을 위반한 것이며, ‘감사는 회사 및 자회사의 이사 또는 지배인 기타의 사용인의 직무를 겸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상법 제411조를 위반했을 소지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특정 인사가 돌아가며 그룹의 감사를 맡는 ‘순환감사 ’ ‘감사 돌려막기’ 현상이 뚜렷이 보인다”며 “대기업에서는 좀체 볼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손기은·박준우·최재규 기자 s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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