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만 기록 출발·도착지 빠져
사실상 허위 기재 가능성 제기
추가 서류 없으면 탈세 오해도
美·加 등선 이용목적까지 필수
초고가 수입차 등 고가 차량을 법인 명의로 구매해 개인이 쓰는 이른바 ‘무늬만 회사차’를 막기 위해 4월부터 운행기록부 작성이 의무화됐지만 국세청 표준양식에 미국 등과 달리 출발·도착지, 사용목적 등 운행기록의 필수항목이 빠지고 주행거리만 기재하도록 해 허위기재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업무용차 과세 강화 방안의 하나로 4월 1일부터 차량 운행기록부를 작성토록 하고 ‘표준 운행기록부’를 고시했으나 고시된 양식이 당초 입법 취지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기재사항을 간소화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입법 예고된 표준 운행기록부는 출발·도착지, 사용목적 등 기재란이 있었으나 최종 고시된 국세청 표준양식은 사용자명과 주행 전·후 계기판 거리, 주행거리, 출·퇴근 사용거리, 일반업무용 사용거리 등만 기재토록 했다.
사용자명을 제외한 기재사항이 모두 숫자뿐이고 실제 운행 여부를 알 수 있는 내용이 없어 사실상 얼마든지 허위기재가 가능하다.
비슷한 제도를 시행 중인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이 출발·도착지, 사용목적 등을 예외 없이 기재토록 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미연방국세청(IRS) 세금간행물에 고시된 업무용차 운행기록을 보면 운행일과 도착지, 사용목적, 출발·도착시 누적주행거리, 운행거리, 유지비 지출액(유류비·통행료 등) 등 9개 기재사항이 있다. 호주 역시 사용날짜와 자택주차일수, 출발·종료시 누적주행거리, 운행거리, 개인용도 운행거리, 업무상 운행거리 등은 물론 출발·목적지와 사용목적을 서술토록 했다. 운행기록부만으로 업무용 사용 여부 판단이 사실상 불가능함에 따라 추가서류를 구비해 놓지 않으면 탈세 의혹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예컨대 회사차로 주말에 서울에서 부산 거래처를 방문할 경우 국세청 운행기록 양식으로는 날짜와 400㎞ 주행 사실만 확인돼 출장보다 주말여행으로 오해받기 쉽다.
이에 따라 일부 대기업의 경우 국세청 양식보다 훨씬 구체화 된 별도 양식의 운행기록부를 마련해 사용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업무용 차 편법 탈세를 막기 위해 운행기록부를 작성토록 했는데 실제 운행 여부를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간소화된 양식의 ‘무늬만 운행기록부’라면 허위기재나 탈세를 오히려 조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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