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국 “검사관 추방” 위협
경찰은 소변·혈액 바꿔치기
들키면 뇌물 무마 시도까지


러시아가 정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도핑 검사를 방해하고, 정보기관까지 동원해 도핑 검사관들을 위협한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오전(한국시간) WADA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의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 요원들은 무장을 한 채 도핑 검사관들에게 “러시아에서 추방시키겠다”고 위협을 가했다.

러시아 세관과 경찰은 도핑 테스트를 위한 혈액과 소변 샘플을 바꿔치기했으며, 샘플 운반을 막기도 했다. 러시아 선수들은 자신의 주소와 행적에 대한 허위 정보를 제출하면서 도핑 검사를 회피했다. WADA는 러시아 선수 중 일부는 거주지가 확인되지 않아 도핑 테스트를 진행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WADA의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 후 도핑 검사를 받지 않고 경기장을 빠져나가거나, 도핑 테스트에 사용될 소변 샘플을 바꿔치기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도핑 검사에 대비해 자신의 소변이 아닌 ‘깨끗한 소변’을 숨긴 채 도핑 검사장에 들어서다 소변을 바닥에 흘려 검사관에게 들키자, 뇌물로 무마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WADA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러시아 선수를 대상으로 총 2947건의 도핑 검사를 실시했다. 이 중 736건은 혈액 및 소변 샘플 양이 부족해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없었고, 22건은 도핑 검사 요청이 무시됐다. 금지약물 양성반응이 나온 건 52건이었고, 이 가운데 49건에서 러시아의 테니스 스타 마리야 샤라포바가 복용했던 멜도늄이 검출됐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오는 18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러시아 육상의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러시아 육상은 지난해 11월 IAAF로부터 올림픽을 포함한 국제대회 출전 금지 징계를 받았다. WADA가 IAAF의 집행위원회를 앞두고 러시아 도핑 실태 보고서를 공개한 건 리우올림픽에 참가시키면 안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WADA의 보고서를 토대로 러시아에 대한 징계 연장을 검토할 예정이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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