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 보름이 지나면서 새로 지도부가 구성되는 등 국민은 한껏 기대를 키우고 있다. 대통령도 개원 연설에서 협치(協治)와 초심을 강조했고, 더 높아진 국회의 위상만큼이나 성과로 부응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은 국민 모두의 바람이다. 그러나 조금씩 드러나는 포퓰리즘에 휘둘리는 입법 양태와 국회의원들의 기득권에 연연하는 모습은 일하는 국회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우선, 상임위원회 중심으로 상시 국회를 이끌어 가는 상임위원장을 선출함에 있어 관례적으로 임기가 정해져 있음에도 이를 인위적으로 1년씩 나눠 돌아가면서 맡도록 한 것은 신뢰와는 거리가 멀다. 국민을 대표해 법률을 정하고 예산을 결정하는 국회에서는 합리적이고 상호 양보를 통해 합의를 도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원(院)의 구성, 특히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는 첫 단추에서 국민의 신망을 잃는 것은 결코 작은 흠이 아니다.
다음으로, 지난달 30일 임기가 시작된 이래 지난 15일까지 제출된 법안 225건 중 비용 추계서가 첨부된 것은 15건 즉 6.6%에 불과한 점에 주목한다. 국회의원의 미션이 법을 만드는 일이라, 법률안을 만들어 제출하는 실적으로 국회의원 개인의 성과를 측정하곤 한다. 해를 거듭하면서 과거 ‘통법부’ 시절처럼 행정부가 발의한 법률 중심이 아니라 의원이 주도적으로 발의하는 법률의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한 일로 평가된다.
문제는 이렇게 제출된 법률안의 질(quality)이다. 실현 가능하고 정책적 영향이 큰 법률안을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많다. 우선, 왜 이러한 법률이 필요한지에 대한 입법 취지를 명확히 하고 기존 유관 법률과의 관계를 살펴본 뒤 이러한 법률이 집행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이 얼마나 되며 이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를 분석해야 한다. 새로운 법률이 만들어짐으로써 어떠한 이해관계 변화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살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에는 전문기관으로 국회예산정책처와 입법조사처가 있고, 의원 개인에게는 보좌진이 여럿 지원된다.
그러나 국가의 전체 이익이라는 관점보다는 포퓰리즘에 입각해 지역구의 이해를 극대화하는 법률안이나 파급효과나 국가재정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신중한 고민 없이 표(票)가 될 만한 법률안, 즉 선심성이나 과시용 법안을 제출하는 경우가 다수 발견됐다. 공휴일을 늘리는 법안이나 취업준비생들에게 매월 40만 원을 구직촉진수당으로 지급토록 하는 법안, 파주 북부 일원을 남북경제협력형특구로 지정하는 법안, 자영업자 등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권 행사기간을 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고 재건축 시 영업시설 이전비용 보상청구권을 보장하는 법안, 울릉도와 독도 지역 지원 법안, 노인복지청 등 노인전담 행정조직을 신설하는 법안 등 여야가 경쟁하듯 쏟아내고 있다.
페이고(paygo) 원칙에 입각, 재정 건전성을 지켜야 하는 의무 즉 나라살림 지킴이의 역할도 국회의원의 몫이다. 영남권 신공항을 경남 밀양에 건설할 것인지 아니면 부산 가덕도에 배치할 것인지에 대한 비용과 편익의 엄정한 논의보다는 지역의 이해만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모습에서 국민은 다시 한 번 국회에 대한 신뢰를 거두고 있다. 더 이상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한다. 이미 국민의 눈높이가 얼마나 높은지는 20대 총선 결과가 잘 보여주지 않았는가. 국민은 덴마크 국회의원과 같이 밤을 새워 열심히 입법활동을 하는 국회의원을 보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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