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끔한 충고도 사랑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의젓한 아이로 성장해준 것에 감사할 뿐입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 이매고 하키부의 임봉혁(42) 교사는 조손가정의 김광현(17) 군을 지난해부터 맡아 지도하고 있다. 김 군은 부모님이 계시지 않는 어려운 집안환경에도 남다른 성실성과 승부욕으로 이매고 하키부 에이스로 자리 잡고 있다. 김 군은 지난해 10월 강원도에서 열린 전국소년체전에서 이매고 하키부를 우승으로 이끈 주축이다. 고등학교 1학년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 3학년 선배들과 환상의 팀워크를 자랑하며 우승을 이끌었다. 김 군의 이 같은 활약 뒤에는 임 교사의 세심한 보살핌이 있었다.
임 교사는 지난 2014년 이매고 인근 창곡중 3학년에 재학 중이던 김 군을 처음 만났다. 그는 “이매고에 처음 발령받아 왔을 때는 1학년의 선수층이 얇아 경기를 어떻게 이끌어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창곡중에 다니는 광현이를 보고 안도했다”고 말했다. 임 교사의 예상대로 김 군은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주전으로 활약했다. 뛰어난 운동 실력을 갖춘 김 군이었지만, 여느 운동선수처럼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그는 “광현이는 고등학교 진학 후 급격히 높아진 훈련 강도를 이기지 못했다”며 “운동을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상황까지 갔었다”고 말했다. 힘든 환경에서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와 하나뿐인 누나를 위해서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했던 김 군이었지만,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슬럼프에 깊게 빠져들었던 것이다.
임 교사는 겉으로는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슬럼프라고 애써 침착하게 대처했지만, 속으로는 세심하게 돌봐줄 부모님이 계시지 않는 김 군이 슬럼프에서 빠져나오지 못할까 봐 노심초사했다.
그는 “슬럼프를 오롯이 혼자 이겨내야 하는 아이의 상황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일반적으로 학생 선수는 교사와 학부모가 합심해 슬럼프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데, 김 군은 임 교사 혼자서 학생을 돌봐야 했다. 임 교사는 김 군이 나태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때론 심하게 야단도 쳤다. 체력 관리를 못 하고 게임이나 휴대전화에 신경이 뺏겨 있는 아이를 눈물이 쏙 빠지게 혼을 낸 적도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김 군의 눈치를 봤다.
임 교사는 “단체 생활에서 광현이만 특별히 편애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잘못을 하면 예외없이 야단을 쳤는데, 그때마다 마음이 아팠다”며 “아이가 내 진심을 모르고 삐뚤어지지나 않을까 걱정이 됐던 것이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김 군은 처음에는 꾸지람에 반항하기도 했지만 점차 임 교사의 본심을 알아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김 군은 임 교사가 야단을 쳐도 웃음으로 받아칠 만큼 여유가 있는 선수로 성장했다. 김 군도 다른 친구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신경을 써주는 임 교사의 진심을 점차 인식해 갔다.
김 군은 슬럼프 시기에 자신을 돌봐준 임 교사에게 “나 자신조차 나를 믿지 못하고 힘들어할 때 손을 잡아주신 선생님이 고맙다”고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임 교사는 김 군이 돈 걱정 없이 하키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하는 데도 신경을 쓰고 있다. 임 교사는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하키 장비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없게 장학금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임 교사는 김 군이 국가대표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는 “아이가 가슴에 꼭 태극 마크를 달 것”이라며 “역경을 극복하고 성공을 해 다른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의 본보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은 교권 회복과 아동이 행복한 환경 조성을 위해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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