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대기업과 간담회 일방 통보
정작 관련기업엔 고압적 태도
“周장관 의지는 평가할만 하나
기업들 속앓이 이해해야” 지적
주형환(사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정책의 모든 역량을 수출 신장에 맞추고 안팎으로 뛰며 ‘열정’을 보이고 있지만, 정작 수출 기업들과 소통할 땐 ‘일방통행’ 식이어서 기업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산업계에 따르면 취임 5개월을 넘어가는 주 장관은 산업부 전체 실·국의 정책 목표를 수출 신장에 맞출 것을 주문하고 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역할을 무역정책과로 사실상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주 장관은 지난 15일 개최 예정이었던 ‘10대 그룹 CEO 간담회’ 업무를 무역정책과에 일임했다. 올해 들어 정례화한 후 2회째 열리는 이 간담회는 애초 산업정책과가 관장했다. 주 장관은 “산업부 정책의 최종 목표는 수출 진작이며, 수출이 계속 부진할 경우 모든 실·국이 추진하는 업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취지로 직원들을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취임 후 7차례에 이르는 해외 출방, 40여 차례의 수출기업 방문 등 주 장관의 모든 행보는 수출에 맞춰졌다.
하지만 기업들 사이에선 “주 장관의 수출의지는 평가할만하지만 그 방식이 너무 일방통행식”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일례로 지난 4월 10대 그룹 CEO 간담회 첫 번째 모임도 산업부가 날짜를 기업들에 일방적으로 통보해, 기업 CEO들이 부랴부랴 일정을 맞추느라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로 예정됐던 두 번째 간담회에선 2∼3명의 CEO가 일정상 참석이 어렵다고 하자 산업부 측이 행사를 하루 앞둔 시점에 일방적으로 취소해버렸다. 애초 참석하려 한 기업 CEO들이 아무런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시간을 낭비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안건은 △기업수출 현황 점검 △투자 진척상항 점검 및 애로사항 청취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 실시지침 의견수렴 등으로, 이 업무들을 담당하는 그룹 내 CEO들이 참석해도 무방한 행사였다. 그런데도 산업부 측은 그룹 총괄 CEO가 참석할 것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기업 관계자는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기업 투자도 산업부가 매달 보고할 것을 채근하고 있어 업무에 지장을 받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기업을 도와주기 위해 스킨십을 강화하겠다는 산업부의 명분 때문에 기업들이 불만은 많지만 속만 끓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