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이 투자한 민자 발전인 포천LNG복합화력발전소 전경. 전력업계에서는 전력발전 분야에 민간 참여가 활성화되면 다양한 형태의 전기요금이 생겨나 소비자의 선택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자료사진
대림산업이 투자한 민자 발전인 포천LNG복합화력발전소 전경. 전력업계에서는 전력발전 분야에 민간 참여가 활성화되면 다양한 형태의 전기요금이 생겨나 소비자의 선택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자료사진

‘電力 시장 자유화’ 어떻게

정부가 에너지 공기업들의 경영 효율화 및 독점 업무의 민간시장 개방·이양을 핵심으로 하는 공공기관 기능조정안을 최근 발표했다. 정부는 한국전력공사가 독점하고 있던 전력 시장 판매부문을 민간에 개방하고 전신주 관리, 발전기 정비 등 한전 자회사들의 독점 업무도 민간에 이관키로 해 본격적으로 전력시장 자유화가 추진됨을 예고했다. 당초 우리나라는 김대중정부 시절 전력산업 구조개편 작업에 착수한 바 있지만 노무현정부 때 전력 도매시장 경쟁체제로의 전환을 멈춘 이후 답보상태에 빠져 있다. 반면에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태 이후 탄력을 받기 시작한 일본은 2016년 전력 소매시장을 민간에 개방해 긍정적 효과와 함께 보완해야 할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간 국내 전력시장이 안고 있던 문제점과 전력시장 개방이 가져올 영향, 전력시장을 앞서 개방한 해외 사례 등을 심층 분석했다.

1전력산업 구조개편 현황

김대중정부는 1999년 ‘전력산업 구조개편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발전경쟁→도매경쟁→소매경쟁’ 순으로 전력산업을 10년 안에 자유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2001년 전기사업법을 개정했으며 전력산업구조개편촉진법을 제정했다. 이 법률에 따라 발전부문이 한전에서 독립됐고 6개의 발전자회사로 분리됐다. 또 계통운영과 전력의 도매거래를 담당할 전력거래소도 발족됐다. 당시 전력거래소는 한전의 계통인력과 전력경제 전문인력이 주축이 돼 전력의 공정한 거래와 전력계통의 중립적 운영을 위해 설립됐다. 하지만 이후 발전부문의 민영화(남동발전 민영화) 등이 추진됐으나 중단됐고, 한전의 배전부문 분할도 진행되지 못한 채 노무현, 이명박정부를 거쳤다. 박근혜정부는 에너지부문 국정과제에 에너지산업 구조개편을 포함시켰고, 전력부문에서 수급관리체계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며 중장기적으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한다고 정부 출범 초기에 밝힌 바 있다.

2 공공기관 기능조정이란

기획재정부는 해외자원 개발로 재정 건전성이 악화된 에너지공공기관 등을 포함해 다수 공공기관의 개혁을 위한 공공기관 기능조정안을 최근 발표했다. 이 가운데 한전과 한전 자회사들에 대한 기능 조정은 전력산업의 구조를 바꾸는 내용이다. 정부는 한전이 독점적으로 수행 중인 전력 소매시장 판매부문을 단계적으로 민간에 개방할 계획을 밝혔다. 또 6개 발전사를 순차적으로 혼합소유제(정부 최대주주+민간주주) 형태로 바꾸기 위해 상장을 추진키로 했다. 전력시장 판매부문을 민간에 개방하면 경쟁체제로 인해 원가 절감 등 효율성이 높아지고 사회적 편익이 높아진다는 판단에서다.

3 우리나라 전력 공급 구조는

현재 우리나라는 화력발전을 주로 하는 6개 발전사(한전이 100% 지분 보유)와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발전을 맡고 있다. 여기에 부분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등의 민간발전사업자들이 전력을 생산한다. 한전은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서 보유하고 있는 송배전망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공급한다. 송배전설비 관리, 건설 등의 계통운영을 현재 한전이 맡고 있다. 발전부문과 판매부문의 민간 개방을 통해 사업자들의 경쟁을 유발하기 위해서는 송배전설비에 대한 공정하고 중립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라는 게 학계·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전력산업 인프라에 해당하는 송배전 네트워크 설비를 민간사업자가 따로 설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서의 판매부문 개방은 민간사업자들과 발전사들의 최대주주인 한전 간의 경쟁이 될 수밖에 없다.

4 우리나라 전기요금 체계는

전력시장 자유화 등 전력산업의 개혁이 이뤄지기 위해선 전기요금체계에 대한 전면 개편이 수반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전국적으로 전기요금이 동일한데 전력시장이 개방되면 전국적으로 차등화된 전기요금의 도입이 불가피하다. 현재 이뤄지는 지역간·연료간·소비자간 교차보조(cross-subsidization)는 전기요금 체계를 왜곡시키는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지역 간 교차보조는 전국적으로 동일한 전기요금이 사실상 발전소로부터 멀리 떨어진 수도권과 같은 지역의 소비자 전기요금은 깎아주고, 발전소에 가까이 위치한 소비자들의 전기요금은 올려받는 것과 같음을 의미한다.

5 요금 체계 개편 필요성은

연료 간 교차보조의 경우 무연탄, 신재생에너지, 수력, 원자력 등에 대해 현재 전력산업에서 지원을 하고 있는데, 특히 발전용 LNG를 비싸게 구입해 전력부문에서 도시가스부문을 간접적으로 보조하는 현상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소비자 간 교차보조는 산업용과 농사용 소비자요금을 원가 이하로 지원하며 그 대가를 주거용 및 일반용 소비자가 지불하는 것을 의미한다. 당초 김대중정부 시절 전력산업 개혁 추진 때도 이를 점진적으로 정상화하는 방안이 계획돼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 개선 사항은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지연으로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15년 여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전력거래소 상황실에서 한 직원이 전력 동향을 점검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2015년 여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전력거래소 상황실에서 한 직원이 전력 동향을 점검하고 있다. 자료사진

6 전력 소매 민간개방 국가는

가장 최근에 전력 소매 공급을 민간에 완전 개방한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에서는 지난 4월부터 전력 소매 전면 자유화, 이른바 ‘전력 자유화’가 시행됐다. 일본에서는 그동안 도쿄(東京)전력, 간사이(關西)전력 등 에너지 공기업 10곳이 권역별로 발전소에서 직접 전기를 생산해 유통하는 단계까지 책임지는 독점 체제였다. 그러나 과거 일부 대형 산업 및 상업 시설에 대해서 이들 업체 외에도 전력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을 비롯해 4월부터는 일반 가정집이나 소상공인 매장에도 기존의 10개 업체 외에 신규 사업자들이 전력을 소매로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전력 자유화는 영국과 노르웨이가 1990년 및 1991년에 각각 실시했고, 1996년 유럽연합(EU)의 ‘EU 전력 자유화 지령’ 채택을 계기로 EU 각국이 순차적으로 시행 중이다. 미국의 경우는 올해까지 17개 주와 수도 워싱턴에서 전력 자유화를 시행했다.

7 전기요금 인상되나

정부는 한전 등 공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전력 판매 분야를 민간에 개방, 독점 해소 및 경쟁체제를 통해 더 낮은 가격 또는 더 나은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그간 우리나라는 정부가 물가를 고려해 전기요금의 상승을 억제해왔다. 하지만 이로 인해 전력 수급, 가격 시그널, 수급계획 등에서 각종 문제가 발생했다. 2011∼2013년에 발생한 전력 공급 위기 사태도 전력산업 구조개혁이 이뤄지지 못하고 전기요금의 정부 규제로 인해 연료 가격 상승분조차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결과라는 내용의 보고서도 나온 바 있다. 기본적으로 ‘비싼’ 에너지인 전기가 원유 가격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전기에너지로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일본 역시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로 전력산업 개혁을 단행하며 소매가격의 전면 자유화를 선언했다. 이 역시 원전 중단으로 인상이 불가피했던 전기요금을 소매 사업자들의 경쟁을 통해 가격 하락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8 日의 ‘전력 자유화’ 초기

일본도 전력시장 개방 초기 단계에서 겪는 여러 문제점에 직면하고 있다. 전력 자유화가 순항 중인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일본에서는 전력 자유화 시행 2개월이 지난 현재 ‘사업이 지지부진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전력 자유화로 전력 공급업체를 새로 선택할 수 있게 된 일반 가정 및 소상공인 매장의 전력 사용 계약 건수는 총 6000여 만 건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전력 자유화 시행 초기에만 전체 대상의 약 10%에 해당하는 전력 공급 계약 변경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지난 4∼5월 사이 기존의 전력회사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전력 공급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건수는 103만 건에 불과했다. 계약 변경 가능 대상 6000여 만 건 중 1.7%에 불과한 실적이다. 새로운 사업에 뛰어든 업체들도 고초를 겪고 있다. 일본에서 전력 소매 사업에 참가하겠다고 등록한 업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포함해 약 300곳에 달했지만, 지난 4월 이후 실제로 소비자와 계약을 맺고 전력 공급 서비스를 실시한 업체는 50여 곳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9 日 , 초반에 부진한 이유는

일본 국민들이 전력 자유화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데는 제도 시행 초기라는 점과 함께, 전력 공급 업체를 바꿔도 큰 이익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업체들 간의 전력 공급 비용은 불과 수백 엔(수천 원)의 차이가 있을 뿐이며, 업체별로 각종 제휴 서비스를 제시하고 있어 이런 서비스로부터 얻는 이익까지 포함할 경우 어느 업체와 계약해야 실질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소비자 입장에서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런 소소한 이익을 일일이 따져봐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할 바에는 기존 업체와의 계약을 유지하겠다고 생각하는 일본인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새로 시장에 진입한 전력 공급 업체들은 아직 발전이나 변전 설비를 갖추지 못하고 있어, 결국 기존의 전력회사들로부터 전기를 구입해 소비자들에게 공급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안고 있다.

10 신산업 창출 가능성은

정부는 소매부문에서의 경쟁 도입을 통해 민간사업자들이 다양한 서비스(상품)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소프트뱅크’가 통신과 전력을 결합한 신규 상품을 내놓았고 ‘J:COM’이 기존 케이블 TV 서비스와 전력을 세트로 판매하고 있다. 도시바와 미쓰이 부동산은 전력사용 빅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거주자의 생활양식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은 전력을 중심으로 통신, 케이블, 콘텐츠 등 다양한 서비스를 결합해 소비자들로 하여금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게 했다. 정부는 전력의 도소매 시장을 개방했을 때 지역, 용도 등에 따라 여러 가격대가 형성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민간사업자들이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요금 상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박정민·박준희 기자 bohe00@munhwa.com
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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