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를 강요하는 사회가 된 것 같아요.”

한 중견 연예인의 토로다. 개인적 공간인 SNS에 올린 글도, 예능프로그램에서 ‘웃자고 한 말’에도 ‘죽자고 달려드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근거보다는 무턱대고 사과를 요구하는 네티즌 때문에 괴롭다는 연예계 관계자들도 적지 않다.

MBC 수목극 ‘운빨로맨스’의 제작진은 10일 공식 사과의 뜻을 밝혔다. 9일 방송된 ‘운빨로맨스’에 등장한 성범죄자의 이름을 ‘차도현’으로 썼기 때문이었다. 이 이름은 ‘운빨로맨스’의 주인공인 황정음과 지난해 드라마 ‘킬미 힐미’에 출연했던 배우 지성의 극 중 이름이다. 이에 ‘킬미 힐미’와 지성의 일부 팬들이 “차도현을 비하했다”고 문제를 제기했고 제작사는 “비하 의도는 없었다”고 사과했다.

이와 관련된 한 기사에는 1600여 개의 댓글이 달렸고, 9400여 명의 지지를 얻은 베스트 댓글의 내용은 “진짜 할 일 없는 애들 많다”였다. 별로 중요치 않은 일을 굳이 문제 삼아 공식 사과까지 받아냈다는 냉소다. 제작사 측은 “더 문제가 되길 원치 않아” 사과를 했고, 지성 측은 “할 말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15일에는 컴백한 젝스키스의 멤버 장수원이 자신의 SNS에 사과문을 발표했다. 13일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해 여자친구와의 결혼 계획을 묻는 질문에 “젝스키스로 못 벌었던 것 조금 땡기고(벌고)”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상 장수원은 우스개소리를 했지만 몇몇 팬들이 젝스키스의 활동을 ‘결혼의 수단’으로 쓴다는 지적에 백기를 든 것이다. 이와 관련된 한 기사에는 1500여개의 댓글이 달렸고, 베스트 댓글은 7800여 명의 공감을 산 “돈 더 벌고 결혼하겠다는 말이 그리 심하게 들리나? 그럼 당장이라도 결혼하고 싶은데 팬들이 실망할까봐 참는다고 말해야 했나보지?”라는 지적이었다.

SNS의 발달은 팬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까지 공론화될 수 있는 힘을 부여했다. 이 때문에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들은 ‘괜히 문제가 커질까 두려워’ 무조건 사과부터 하고 보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연예인 뿐 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누군가가 SNS를 통해 일방적 비판을 제기해 곤란을 겪는 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며 “일방적이고 협소한 관점의 주장까지 사실인 양 둔갑하고 문제시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사과를 강요하는 세상, 진실성 없는 사과를 남발하는 세상을 만들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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