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확산우려 없다면 美대사관 100m內 집회 가능”

진보단체 소송에 예외 허용
시민단체 “현장 모르는 판결”


현행법률은 외국 외교기관 등으로부터 100m 이내에서 옥외 집회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대규모로 확산할 우려가 없다면 집회를 열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집회가 어떤 양상으로 진행될지 사전에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가 기관도 아닌 외국 기관에 대해 예외를 인정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강석규)는 시민단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이 “미국 대사관 인근 집회 금지 조치를 취소해달라”며 서울 종로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0일 밝혔다.

평통사는 지난해 11월 10일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미국 대사관에서 약 50m 떨어진 종로구 KT 광화문 사옥 앞에서 ‘193차 자주통일평화행동’ 집회를 열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집회 개최장소가 미국 대사관으로부터 100m 이내이고, 평통사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배치 강요 반대 등 집회가 미국 대사관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개최일이 평일이어서 대사관의 기능과 안녕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금지통고를 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 법률에 ‘대규모 집회나 시위로 확산할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외교기관 100m 이내에서 집회를 열어도 금지되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을 들어 경찰의 조처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장기정 자유청년연합 대표는 “일본대사관 오물 투척 사건 등에서 볼 수 있듯 집회시위현장에서는 아무리 처음에 평화적으로 시작했더라도 일부 극단적인 인사들에 의해 과격화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면서 “법원이 시위현장의 사정을 잘 모르고 내린 판결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재외공관은 치외법권 구역으로서 특히 보호받아야 할 공간인데, 100m 이내에서 집회시위가 가능하다고 판단한다면 국회의사당이나 법원 등 다른 국가기관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이후연·김리안 기자 leewh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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