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비리관리 쫓고 ‘자치’

토지수탈 반대 요구 강경 대응
마을서기 뇌물수수 혐의 체포


지난 2011년 토지 분쟁으로 주민들이 시위를 벌여 부패 관리를 내쫓고 주민 자치를 이루며 한때 ‘정치개혁의 상징’으로 주목받았던 광둥(廣東)성 산웨이(汕尾)시 우칸(烏坎)촌에서 또다시 토지 수용 문제로 인한 시위 등 집단적 행동 조짐이 나오자 공안 당국이 촌 정부를 폐쇄하는 한편 촌 서기를 체포했다.

19일 산웨이시 검찰원과 루펑(陸豊)현 공안국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게시한 문건에서 린쭈롄(林祖戀·70) 우칸촌 당 지부 서기를 뇌물 수수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공안국은 앞서 린 서기가 직원을 이용해 뇌물을 받은 혐의가 있다고 통보했다.

중화권 매체 보도에 따르면 현지 주민들은 18일 공안이 촌 정부 건물을 봉쇄하고 주민들을 이끌고 ‘불법 토지수탈 반대’ 시위를 계획한 린 서기를 연행했다고 전했다.

체포 과정을 지켜본 일부 주민도 경찰에 구타당한 뒤 붙잡혔다. 중국 당국은 주민들에게 “어렵게 얻은 사회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사법 당국에 협조해야 한다”면서 “일부 범법자의 극단적 행동에 선동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당국이 마을 토지 반환을 요구하는 시위를 차단하기 위해 마을 지도자를 연행한 것으로 보고 반발하고 있다. 린 서기는 체포되기 전 마을주민들이 계속되는 부패에 불만이 크다는 내용의 연설과 함께 지난 2011년보다 더 큰 규모의 시위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홍콩 매체들은 보도했다. 린 서기는 웨이보에 ‘나를 도와달라. 우칸촌을 도와달라’는 자막과 함께 어두운 밤에 경찰에 자신이 체포되는 모습이 담긴 30분짜리 동영상을 올렸다.

우칸촌 주민들은 지난 2011년 9월 현지 당 지도부가 마을 공동 소유 땅을 개발업자에게 몰래 헐값에 넘긴 데 격분해 시위를 벌인 끝에 비리 관리들을 내쫓은 뒤 2012년 3월 직선을 통해 촌민위원회를 구성하고 촌 서기를 선출하며 자치를 이뤄 중국 내 정치개혁의 상징으로 주목받았었다.

베이징=박세영 특파원 go@munhwa.com
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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