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5명 중 4명 “빅3 유지보다 빅2로 전환을”
“주채권 은행 통한 정부 인위적 개편도 고민해야”
삼성重·대우조선 해양플랜트 부문만 통합 제안도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조선 업종의 ‘빅 3’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을 ‘빅 2’로 재편하는 것이 경쟁력 향상 등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주 절벽’ 상황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각자도생’ 방식의 구조조정이 ‘상생’이 아닌 ‘공멸’로 귀결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20일 문화일보가 증권사 조선 담당 애널리스트와 학계 및 연구원 등 조선업 전문가 5명을 대상으로 전화와 이메일 등을 통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5명 중 4명이 “빅3 유지보다 빅2로 전환, 새로운 경쟁체제 구축을 논의해야 할 시기”라고 밝혔다.

공길영 한국해양대 항해학부 교수는 “굴지의 대형 조선사들이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은 한정된 발주량에서 출혈경쟁을 일삼았기 때문”이라며 “특히 저유가로 해양플랜트 발주사가 여러 이유로 이의(클레임)를 제기하며 인도를 미루면서 조선사들의 경영 상황이 급격히 나빠졌다”고 진단했다. 공 교수는 이어 “대우조선해양은 오랜 기간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주인 없이 방만 경영을 일삼았다”며 “수주절벽과 무관하게 매각이나 합병 등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을) 정리하지 않으면 국민 혈세 투입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설문에 답한 애널리스트 3명은 모두 빅3에서 빅2로 재편을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방법과 시기에 대해선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상황과 불확실한 업황 등에 비춰봤을 때 시장 주도의 급격한 재편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이유로 정부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성기종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시장 자율에만 맡겨놓을 경우 어느 한 곳이 망하기 전까지 빅2로 재편되지 않을 것”이라며 “충격을 완화하는 측면에서 주채권은행을 통한 정부의 인위적인 재편도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주장했다.

반면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빅2로 재편된다고 해서 경쟁 강도가 급격히 낮아진다는 보장이 없다”면서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빅3를 유지하면서 설비와 인력을 감축하는 틀 안에서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시장에서 전망하는 유력한 빅2 재편 시나리오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이다. 유력한 방법은 각각의 해양플랜트 부문만 따로 분리해 통합법인을 세우는 방안이다. 이 경우 해양플랜트 역량을 결집하는 동시에 부실자산을 털어낼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불확실성이 많아 삼성중공업 입장에선 대우조선해양을 시장 가격에 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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