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첫 홀에서 환상의 버디샷 시간다 제치고 시즌 2승 달성 투어 5승중 세 번이 연장우승
“노보기 못해 나 자신에 화나 연장전에 들어가는 줄 몰라 아버지의 날에 우승해 기뻐”
‘역전의 명수’ 김세영(23)이 빨간 바지의 마법을 석 달 만에 재연하며 시즌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김세영은 20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의 블라이드필드 골프장(파71)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마이어 클래식(총상금 200만 달러) 4라운드에서 3타를 줄여 합계 17언더파 267타를 쳤다. 김세영은 카를로타 시간다(26·스페인)와 동타를 이룬 뒤 18번 홀(파4)에서 열린 연장전 첫 홀에서 버디를 잡아, 보기에 그친 시간다를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김세영은 3월 파운더스컵 우승에 이어 시즌 2승째를 거뒀다. 우승 상금은 30만 달러(약 3억5000만 원).
김세영은 LPGA투어 통산 5승 가운데 3승을 연장에서 거뒀다. 김세영은 마지막 날 항상 빨간 바지를 입고 나와 역전 드라마를 연출해 왔으며, 이날도 ‘빨간 바지의 마법’을 발휘했다.
이날 공동 선두 전인지(22)와 디펜딩 챔피언 렉시 톰프슨(21·미국)에게 1타 뒤진 3위로 출발한 김세영은 특유의 장타를 앞세워 5, 8, 11번 등 파 5홀에서 착실히 1타씩 줄여 나갔다. 그리고 14번 홀(파3)에서는 5m가 넘는 버디 퍼트에 성공하며 기세를 올렸다. 시간다에게 1타 앞선 단독 선두를 유지한 김세영은 17번 홀(파4)에서 약 2.5m 파 퍼트에 성공, 위기를 넘기는 듯했지만 마지막 18번 홀에서 보기를 범해 시간다와 공동 선두로 4라운드를 마쳤다. 2라운드 13번 홀 보기 이후 40개 홀 연속 보기 없는 플레이를 펼치다가 막판에 뼈아픈 보기를 남겼다.
연장 첫 홀에서 먼저 티샷한 시간다는 3번 우드로 러프에 보냈고, 김세영은 드라이버를 잡고 티샷을 290야드 이상 날렸다. 시간다는 156야드 지점에서의 두 번째 샷으로 그린을 훌쩍 넘겼고, 김세영은 124야드를 남기고 시도한 두 번째 샷을 홀 1.5m 거리에 붙여 승부를 갈랐다. 시간다는 그린 밖에서 시도한 칩샷도 홀에서 3m 이상 떨어뜨렸고 파 퍼트마저 실패해 LPGA투어 첫 우승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한국 선수의 LPGA투어 대회 우승은 올해 5월 초 텍사스 슛아웃의 신지은(24) 이후 약 1개월 18일 만이다. 한국 선수들은 올해 17개 대회에서 6승을 합작했다.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9), 호주 교포 이민지(20), 한국계 일본인 노무라 하루(21) 등 한국계 선수들은 5승을 거뒀다.
김세영은 우승 직후 “경기 중 리더보드를 확인하지 않아 18번 홀에서 보기를 하고도 내가 이겼다고 생각해 우승 세리머니를 머릿속에 그렸었다”며 “노 보기 플레이가 목표였는데 마지막 홀에서 보기가 나와 나 자신에게 화가 났고 보기로 연장전에 가게 됐기 때문에 반드시 이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김세영은 미국 ‘아버지의 날’에 우승했다. 김세영은 “우승 트로피를 아빠에게 드릴 수 있어서 더욱 기쁘다”고 밝혔다. 그의 부친 김정일 씨는 현장에서 딸의 우승 장면을 직접 지켜봤다.
전인지는 선두에게 2타 뒤진 합계 15언더파 269타로 3위를 차지, ‘루키 시즌’ 첫 승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다. 2연패를 노리던 톰프슨은 1타를 잃어 합계 14언더파 270타로 세계 1위 리디아 고와 함께 공동 4위로 내려앉았다. 유소연(26)은 13언더파 271타로 6위에 올랐다. 지난주 메이저대회인 여자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브룩 헨더슨(19·캐나다)은 6언더파 278타로 공동 21위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