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금병산 자락에 ‘책과 인쇄박물관’ 연 전용태 관장

“책은 저자와 인쇄공의 영혼이 담긴 예술입니다.”

강원 춘천시 신동면 김유정 문학촌 인근에 ‘책과 인쇄박물관’을 만든 전용태(64·사진) 관장은 20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책 한 권 한 권은 모두 영혼을 지니고 있으며 작가와 인쇄공은 물론 책을 읽고 꿈꿔 왔던 우리들의 영혼이 모두 담겨있다”고 강조했다.

고교 시절 신문 배달을 하면서 신문 잉크 냄새에 묘한 쾌감을 느껴 윤전기를 돌리는 신문사와 충무로에서 인쇄 관련 일을 30년 동안 한 전 씨는 은퇴 후 북카페를 열기 위해 시집 초간본 등을 모으기 시작, 그동안 3000여 점을 수집해 30억여 원의 사재를 털어 박물관을 건립했다.

이 박물관에는 김소월의 ‘진달래꽃’과 한용운 선생의 ‘님의 침묵’ 초간본 등 고서와 희귀 시집 초간본은 물론 명성황후를 잔인하게 시해한 사건을 보도한 프랑스 주간지, 고종 황제의 장례식을 다룬 이탈리아 신문, 박정희·박근혜 대통령이 표지로 등장한 타임스지까지 신문·잡지도 다양하다. 또 개화기 교과서와 북한 교과서, 책을 제본할 때 눌러주던 종이 압축기, 페달로 밟아 인쇄하는 벨기에 인쇄기, 과거 학교에서 사용했던 에디슨의 등사기, 각이 진 인쇄물의 모서리를 둥글게 잘라주는 귀돌이, 2차 대전 당시 타자기 등 책과 인쇄와 관련된 자료가 4층 규모의 박물관에 빼곡히 전시돼 있다.

지난해 7월 개관한 이 박물관은 현재까지 방문객이 많지 않으나 최근 책과 인쇄 문화를 알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전 관장은 납 활자로 찍은 글은 잉크가 종이에 묻히는 요즘 인쇄물과는 달리 더 오래가고, 깊이가 느껴져 힘든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납 활자의 느낌이 전해지는 기념품과 옛 교과서 표지로 엽서를 만들고 있다.

전 관장은 “우리나라가 세계의 인쇄 원천기술을 다 가지고 있는 종주국인데 우리만 모른다”고 안타까워한 뒤 “요즘 젊은이 대부분은 책은 잘 알지만, 인쇄공의 노력 등 책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잘 몰라 박물관을 통해 이를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고 책을 자주 보는 데 이바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춘천=고광일 기자 ki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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