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윤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참신한 정치적 이미지로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받았던 국민의당이 김수민 의원의 억대 리베이트 의혹으로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겨주며 몸살을 앓고 있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대한 문제들은 그동안 꾸준히 거론돼 왔고, 특히 공천헌금이 문제가 돼 친박연대 비례대표였던 양정례 전 의원, 새누리당의 현영희 전 의원 등이 사퇴한 사건에서 큰 우려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공천헌금으로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면, 이것이 바로 매관매직 아닌가.

대한민국 헌법 제25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담임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또 제11조 1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공천헌금에 의해 비례대표를 살 수 있다면 국민은 바로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평등한 법에 의한 공무담임권을 침해받고, 돈에 의해 정치적 생활이 차별받는 위헌적 행위의 희생자가 되는데 공천헌금에 의한 비례대표 선정이 문제로 부각되는 것은 종종 정당의 실력자들이 자의적 권력을 행사하고, 비례대표 선정을 자신들의 정치자금줄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정당 실력자들은 비례대표의 선정 및 비례대표직의 유지에 있어서 절대적 권력을 행사한다.

비례대표의 선정 방식과 절차도 투명하지 못하다. 공직자 선거법 역시 제192조 3항 3호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 또는 비례대표 지방의회 의원의 당선인이 소속 정당의 합당·해산 또는 제명 외의 사유로 당적을 이탈·변경하거나 2 이상의 당적을 가지고 있는 때에는 당선을 무효’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제192조 4항에서는 “비례대표 국회의원 또는 비례대표 지방의회 의원이 소속 정당의 합당·해산 또는 제명 외의 사유로 당적을 이탈·변경하거나 2 이상의 당적을 가지고 있는 때에는 ‘국회법’ 제136조 또는 ‘지방자치법’ 제78조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퇴직된다”고 규정, 제도적으로도 정당 실력자들의 절대권력 행사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므로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은 국민보다는 우선 정당 실력자들에게 충성을 바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제도와 정치 행태는 정당정치의 후진성을 나타낸다. 헌법 제8조 2항의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규정에 위반될 뿐 아니라, 헌법 제1조 2항의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주권재민(主權在民)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대한민국 헌법의 근간을 흔드는 위헌적 정치행위다.

흔히, 비례대표제는 사표(死票)를 방지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며 전문성을 보강하는 제도라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후진적 정치 문화에서는 오히려 ‘금수저’ 논란의 경제적 강자를 대변하고 전문성을 훼손하는 제도로 타락할 수 있다. 오늘의 우리 사회는 선진적 정치 문화를 이룩하기엔 물질 만능주의와 개인의 출세 및 영달을 향한 욕망에 너무 몸달아 있다. 애국심과 공익(公益) 정신에 충만한 정치지도자, 공직자들을 보기가 점점 더 드물어지는 게 현실이다. 우리의 정치 문화가 여전히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민의 대표성이 취약하고 국민에 대한 충성보다는 정당의 실력자들에 대한 충성에 기울게 마련인 비례대표제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강한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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