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물에 엔진룸 푹 담그고 자외선으로 사막 땡볕 재현
5초간 작은 돌 수백개 쏴 실제도로처럼 흠집 내기도
함몰·자갈 등 최악험로 달려 차체 최대한 뒤틀리게 실험
초기 개발과정 차량 품질 양산 뒤 유지하는지 체크
‘자동차가 찜통 속에서 소금물 샤워를 하는 까닭은?’
지난 17일 경기 화성시 남양읍 현대·기아자동차 기술연구소(남양연구소) 부식내구1동. 컨테이너 모양으로 생긴 염수 체임버(밀폐 실험실)의 문을 열자 비릿한 소금물 냄새와 함께 장마철 공기보다 덥고 습한 공기가 왈칵 쏟아졌다. 체임버 안에 놓인 것은 지난 3월 출시돼 친환경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기아차 ‘니로’였다. 이내 문이 닫히더니 차량 상하좌우에 달린 22개 노즐에서 소금물이 안개처럼 뿜어져 나왔다. 바닷물 농도(3.5%)보다 진한 5% 농도의 소금물을 뿌려 차를 부식시키는 실험이었다.
안현민 가속내구개발팀 책임연구원은 “일부러 부식 속도를 높이기 위해 소금물을 뿌린다”며 “특히 니로의 경우 배터리 등이 탑재된 하이브리드차이기 때문에 개발 과정에서 나왔던 품질이 양산 이후에도 계속 유지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테스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3시간이 지나면 다시 온도 50도, 습도 95% 이상의 찜통으로 옮겨져 14시간 동안 푹 쪄내고 다시 자외선 램프 70여 개가 미국 애리조나 사막보다 강한 땡볕을 재현해 내는 태양광 체임버로 옮겨 차를 괴롭힌다. 영하 25도의 저온 체임버에 차를 집어넣어 부품 틈새마다 얼렸다 녹이며 스트레스를 주는 과정도 이어진다. 이를 통해 보통 10년 이상의 사용기간 동안 발생하는 부식 상황을 5개월 동안 압축해 재현, 차량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 작업에 들어간다는 설명이다.
바로 옆 실험실에 들어서자 소형 컨테이너 크기의 실험장비에서 ‘따다닥’하는 돌 튀기는 굉음이 들렸다. 치핑(chipping)시험장비라 불리는 이 기기는 자동차 보닛을 고정시킨 뒤 팥알 만한 크기의 작은 돌 수백 개를 시속 70㎞ 속도로 쏘아내 앞 차에서 돌이 튈 때 생기는 흠집을 만들어냈다. 5초 가량 돌을 쉴새 없이 맞으면 실제 도로 환경에서 6년간 입게 되는 피해를 순식간에 구현하게 된다.
박창옥 엔지니어는 “국산차는 물론 독일이나 일본차의 보닛을 놓고 수시로 비교실험을 하고 있는데 국산차의 도장 강도가 독일차에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차량 부식실험은 실험실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부식시험동 바로 옆 주행시험장에 위치한 크로스컨트리로와 벨지안로, 염수시험로에서도 매일 같이 차량의 노후화를 가속시키는 실험이 계속된다.
먼저 크로스컨트리로에서는 차체를 최대한 뒤틀기 위해 다양한 크기의 바닥홈과 구멍, 자갈 등이 엇갈리게 깔려 있는 실험로를 시속 70㎞ 속도로 수십 차례 달리는 테스트를 반복한다. 이어지는 벨지안로는 ‘벨기에의 마차 도로’를 뜻하는데 그야말로 울퉁불퉁한 최악의 도로 환경을 재현한 길로 전문 드라이버들도 장시간 실험을 꺼려한 탓에 1990년대부터 무인 테스트가 적용되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엔진룸이 소금물에 푹 잠길 수 있도록 농도 5% 소금물로 덮이고 좌우에서 소금물이 분사되는 50m 길이의 염수시험로를 30차례 가량 왕복한다.
현대·기아차가 차량 부식에 본격적으로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부터였다. 2006년부터 자동차 부식 관련 연구로 유명한 스웨덴부식학회(KIMAB)와 손잡고 전 세계 노면 부식가혹도 측정을 시작해 개발 차량에 적용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북동부), 중국, 러시아, 영국, 스웨덴 등 주요 국가는 물론 브라질과 나미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온도, 습도 등 부식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과거에는 미국부식학회 등의 기준에 맞춰 일반지역으로 분류했으나 소비자 불만과 제설제 사용 등이 늘어나는 점을 감안해 2007년부터는 부식 우려가 높은 방청(녹 방지)지역으로 바꿔 차량에 적용되는 부식 방지 기준을 높였다.
이에 따라 현재 국내 출시되는 차들은 전 세계에서 온도, 습도 등의 환경이 가장 가혹한 것으로 알려진 캐나다 지역을 기준으로 최소 12년 이상 내구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는 설명이다.
안승호 가속내구개발팀 파트장은 “부식 품질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높은 기대 수준을 반영해 최근 개발되는 신차들의 경우 일반 강판에 비해 방청 성능이 뛰어난 강판을 사용하고 도료 역시 고침투 도료를 적용하고 있다”며 “예컨대 신형 쏘나타(LF)의 경우 일반 경쟁 모델보다 우수하고 독일 고급차에도 뒤지지 않는 방청 품질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화성=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