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진 교수가 그린 여러 인물 그림과 캐릭터들이 연구실 벽을 장식하고 있다. 김영사온 제공
이기진 교수가 그린 여러 인물 그림과 캐릭터들이 연구실 벽을 장식하고 있다. 김영사온 제공

- 일러스트 에세이 ‘20 UP’ 펴낸 이기진 서강대 교수

그룹2NE1 멤버 씨엘 아버지
두딸포함 청춘 위로하는 유머
꿈·사랑 키워드로 인생 얘기
늘 즐겁게 하는 아마추어 정신
삶 충만하게 하는 또다른 방법


“100세 시대를 사는 우리 인생은 결코 짧지 않다. 그렇기에 잘하는 것 한 가지를 찾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지루한 인생을 즐겁게 가꾸어 나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시도해야 한다. 자기 인생의 딴짓을.”

마이크로 웨이브파를 전공한 이기진(사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는 ‘딴짓 박사’이다. 지난해 동양인 최초로 아르메니아 과학 아카데미 정식 회원에 위촉된 그는 과학자로서 연구하고 학교에서 강의하는 역할 이외에 상당히 여러 가지 일을 한다.

교양물리학은 기본이고 동화, 에세이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고, 초등학교 때부터 좋아서 그린 그림은 현대적 공간에 잘 어울리는 그림이라는 평을 받으며 여러 곳에서 전시 요청을 받고 있다. 또 깨진 도자기, 파리 아낙네가 쓰는 앞치마 등 국내외를 막론하고 오래된 것을 수집하는 컬렉터이기도 하다. 그룹 2NEI 맴버 씨엘(채린)의 아버지답게 그는 콘서트에 가서 신나게 논다.

그가 이번에는 일러스트레이터로 독자들에게 인사를 한다. 딸 채린이와 멀리 떨어져 대학 생활을 하는 둘째 딸 하린을 둔 아빠의 애틋한 마음으로 청춘들을 위해 에세이를 쓰고 그림을 그려 일러스트 에세이집 ‘20 UP’(김영사온)을 출간했다. 그는 각 꼭지의 성격을 말풍선이 들어간 그림 한 컷으로 담아내고 웹툰처럼 스토리를 연상케 하는 세 컷 만화에서는 딴짓 박사의 톡톡 튀는 유머로 청춘에게 위로와 웃음을 전한다.

이 교수는 자신의 체험, 씨엘을 키웠던 경험 등을 풀어내며 공부, 꿈, 사랑, 행복, 인생 등 5가지 키워드에 대한 조언을 들려주지만 ‘딴짓 박사’답게 ‘성공’보다는 ‘다양한 삶’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어떤 삶을 살아도 결국 자신만의 삶이 되니 자신감을 갖고 현재를 충만하게 보내라”고 말했다. 또 “시험, 공부, 이런 것들은 원하는 삶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기술에 불과할 뿐이다. 그 기술을 연마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고 그 방법이 오직 한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오늘날 20대를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 한가운데를 걸어가고 있는 자신의 두 딸과 또래 청춘이 현재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는 데에 조금이라고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책을 썼다고 했다.

스스로 크게 별다르지 않게 살아왔다는 그는 ‘물리학과 교수님 같지 않게 딴짓을 많이 하시네요’라는 말을 들을 때면 “도대체 내가 무슨 딴짓을 그렇게 했나” 돌아보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딴짓은 의도적인 시도라기 보다 일상 속 자유로움의 결과이다. 프랑스 아트 페어에 로봇을 출품한 그의 딴짓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보면 딴짓 고수의 자연스러움을 알 수 있다. 시작은 복잡한 물리 수식이 풀리지 않아 잠시 머리를 식힐 겸 종이 위에 한 낙서였다.

“낙서를 하다 보니 재미가 생겨 그림을 그렸고, 그림을 그리다 로봇 캐릭터를 만들었다. 이 로봇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연구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를 만화로 그리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만화를 그렸다”고 한다.

그러다 또다시 문제가 풀리지 않아 머리가 아파 왔을 때 굴러다니던 예전 로봇 만화를 발견했다고 한다. 그 순간 3차원으로 만들어 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서 스케치 몇 개를 그려서 학교 앞 철공소에 갖고 갔다. 일감 없이 철공소를 지키고 있던 아저씨와 로봇 캐릭터를 한번 만들어 보자는 데 의기투합했고 시간 날 때마다 철공소에 들려 로봇 캐릭터를 완성해 학교 연구실에 가져다 놓았다. 그 뒤 어느 날 프랑스 아트 페어에 로봇 캐릭터를 출품할 수 있겠느냐는 요청이 왔다. 페어 관계자가 외국 친구가 찍은 로봇 캐릭터 사진을 본 것이었다. 이렇게 로봇은 아트 페어에 출품했고 유명 배우가 이를 구입하면서 로봇은 유명세를 치렀다고 한다.

“지금도 나는 시간이 나면 아주 가끔 로봇 캐릭터를 만든다”는 그는 사람들에게 딴짓에 대해 이렇게 조언했다. “프로가 아니어도 삶에서 뭔가를 계속해서 즐겁게 하는 것은 인생을 충만하고 행복하게 사는 또 한 가지 방법이다. 또 고단한 사람을 위로해 주는 피로해소제가 될 테니 기꺼이 아마추어가 되기를 꺼리지 말기 바란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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