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화나루 · 잠두봉

양화(楊花)나루와 잠두봉(蠶頭峰) 유적은 사적 제399호다. 서울 마포구 토정로 6에 있다. 양화대교 북단 부근이다. 자동차로 가면 강변북로 성산대교 방면 진행 중 잠두봉 지하차도 위로 빠져야 한다. 지하철 2·6호선 합정역 7번 출구에서는 걸어서 7분 정도 걸린다. 그러나 처음 찾아가기엔 자동차 길도, 지하철 길도 만만치 않다. 길이 워낙 좁고 다양한 유적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적지에 도착하면 의외로 넓고 쾌적한 녹지대가 펼쳐진다. 역사 공부와 ‘힐링’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주말에 실제로 운영되는 성당과 교회에서 잠시 예배를 볼 수도 있다.

양화나루는 조선 시대 수로 교통의 중심이자, 도성인 한양을 방비하는 군사적 요충지였다. 지금은 공원으로 조성된 한 곳에 양화진(楊花鎭) 터가 있어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잠두봉은 무악산의 지맥이 한강변에 이르러 솟아오른 높이 약 30m의 봉우리다. 봉우리보다는 봉우리 위에 세워진 갓 모양의 천주교 순교 기념관과 성당(사진)이 눈에 더 익숙하다.

양화나루와 잠두봉은 사실 ‘절두산(切頭山) 순교성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거리에 꽂힌 안내판에도 절두산이라고 돼 있는 게 많다. 절두산이라는 이름은 끔찍한 역사에서 비롯했다. 1864년 러시아가 함경도까지 내려와 통상을 요구한 데 놀란 조선의 흥선대원군은 천주교도의 힘을 빌려 한·불·영 3국 동맹을 맺고 러시아를 저지하려 했으나 뜻대로 안 되자 오히려 천주교를 탄압했다. 1866년 급기야 프랑스 선교사 등 천주교도 약 8000명을 체포해 잠두봉에서 처형했는데 이를 ‘병인박해(丙寅迫害)’라 하고, 이에 프랑스 함대가 강화도를 거쳐 한강까지 침범한 게 ‘병인양요(丙寅洋擾)’다.

병인박해로부터 100년 뒤인 1966년 천주교에서 잠두봉에 성당과 기념관을 세우고 주변을 공원으로 꾸몄다. 성당과 기념관에는 이벽, 이가환, 정약용 등 천주교와 관련된 조선 시대 학자들의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앞 광장에는 김대건, 남종삼 등 순교자들의 동상과 사적비가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양화나루와 잠두봉 바로 옆에는 기독교의 외국인선교사묘원도 있다는 점이다. 잠두봉이 천주교의 성지라면 이곳은 기독교의 성지다.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에 기독교 선교사로 활동하다 이 땅에서 숨진 선교사들의 묘지가 조성돼 있다. 아펜젤러, 언더우드, 헐버트, 베델 등 역사 속 주요 외국인 선교사들의 묘비를 확인할 수 있다. 묘비에 적힌 글을 찬찬히 읽어보면 근대사의 한 장면을 떠올릴 수 있다. 이곳은 범기독교연합이 관리하고 있다. 역시 교회와 기념관이 세워져 있다.

문화재청은 마포구, 컬처앤로드와 함께 이를 체험 코스로 개발해놨다. ‘양화진 근대사 뱃길 탐방’이다. 체험 코스는 오는 10월 말까지 일주일에 한 번, 매주 수요일 오후에 진행된다. A, B의 2개 코스가 있다. A코스는 절두산 순교성지와 뱃길 탐방, B코스는 양화진 외국인선교사묘원과 뱃길 탐방이다. 참가비는 5000원. 전문 해설사가 이곳에 얽힌 역사적 의미를 설명해준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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