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기 논설위원

‘왜 그들은 우리를 파괴하는가’ - 4월부터 서점가 법학 코너 한 자리에 진열돼온 책이다(이창무·박미랑 저, 메디치). 그들이 누구길래 우릴 파괴하다니, 무슨 말인가 싶어 잠시 들춰보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서문 첫 문장부터 드러내놓고 낚시질이다. ‘범죄는 불가피하고 이롭기도 하다’더니 이내 ‘프랑스의 사회학자 뒤르켐의 말’이란다. 가타부타 따지지 말라는 말인가, 필자도 피식 웃으며 책을 덮다가 표지 한 대목에 또 낚였더랬다. ‘범죄 앞에서 고정관념은 왜 위험한가·상식을 뒤집는 범죄 대응’? 이건 또… 무슨 말인가. 목차를 뒤져보니 그게 그대로 2부 표제였다. 또 상식을 뒤집으라는 그 2부의 마지막 문항이 ‘법도 유전무죄 무전유죄?’였다. 법도…아니, 법이 먼저 유전무죄라는 것은 앞으로도 안 뒤집힐 상식인데 싶어 못내 난감했더랬다, 하지만 거기 마지막쯤을 읽다 말고 그 책 사고 말았다.

“미국의 형사사법학 강의 내용 중에 ‘법정업무 집단(court work group)’이라는 말이 있다. 겉으로는 검사와 변호사가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지만, 사실은 판사와 검사, 변호사가 서로 동업자 의식을 지니고 있다는 말이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형사사법산업(criminal justice industry)’이라는 용어까지 생겨나고 있다.”

판·검·변호사라면 흔히 말하는 법조 3륜 그들이다. 그들이 끼리끼리 동업자 의식으로 형사사법산업의 3주체라는 새 이름 얻기 시작했다니, 오랜 위명(偉名) ‘법조 3륜’도 시절 따라 이리 닳고 낡아지는가.

지난 4월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도박 사건 항소심을 8개월 실형으로 마무리하자 열리기 시작한 ‘게이트’가 형사사법산업이 이미 만만찮은 산업임을 실증한다. 3년 전에 부장판사직을 마지막으로 법복을 벗은 최유정 변호사가 한 시절 문재(文才)를 이재(理財)로 바꿔 지난해 8월 말 이후 반년 남짓 만에 100억 원을 거머쥐었다더니, 그 돈 벌판 위에 5년 전 ‘특수수사 홍만표’라는 이름과 대검 기획조정부장직을 뒤로하고 검사복 벗은 홍 변호사의 연 100억 족적이 어지럽다. 친구의 회사 넥슨의 돈으로 그 넥슨의 주식 사고팔아 120억 대박을 친 진경준 현직 검사장도 있다.

그들이 무너뜨리고 있다, 흔해 빠진 백억으로 백성의 억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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