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권당 내분에 정치적 혼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가 마무리됐지만 이번 선거는 결과에 상관없이 영국에 상당한 후폭풍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를 앞두고 지난 10주간 이어진 격렬한 찬반 운동으로 영국 내 국론은 반분됐고, 집권 보수당도 격렬한 내분을 겪은 만큼 상처 치유에 어려움은 물론 정치적 혼란마저 우려된다.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23일로 막을 내렸지만 이번 투표는 보수당으로 대변되는 영국 주류사회에 뿌리 박힌 EU에 대한 불신론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향후 영국과 EU 정치권에 상당한 부담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국민들 사이에는 프랑스와 독일 등 대륙 내 국가들이 설립한 EU가 세계 5위 경제 규모를 가진 영국에 큰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집권 보수당이 브렉시트 문제를 놓고 어느 때보다 격렬한 내분을 겪었다는 점에서 정치적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보수당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 등 브렉시트 반대파,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과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 등 브렉시트 찬성파로 나뉘어 내각은 물론 의회 안팎에서 맞섰다. 10주간 선거운동 과정에 서로에게 막말을 쏟아부을 정도로 갈등이 심화된 상황이어서 향후 갈라진 여론을 수습하기에 앞서 당내 내분을 정리하는 데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이 이번 선거를 계기로 고개를 든 것도 보수당 정권 운용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브렉시트 선거 운동 초기만 해도 우세하던 EU 잔류 여론이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급격히 밀리는 모양새를 보였던 점이 캐머런 총리의 리더십에 대한 의혹을 키웠다.
다만 보수당 내의 EU에 대한 불신이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문제인 만큼 캐머런 총리를 중심으로 그동안 쌓인 갈등을 해결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브렉시트 선거 운동 과정에서 EU 탈퇴 진영에 합류했던 보수당 의원 84명이 캐머런 총리에게 투표 결과에 상관없이 총리직을 유지해달라는 공동서한(사진)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존슨 전 런던 시장은 물론 고브 법무장관 등 내각 내 탈퇴파 의원 6명이 모두 참여했다. 이들은 공동서한에서 “국민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총리는 나라를 계속 이끌고 우리 정책을 이행하는 국민의 위임과 의무 모두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런던 = 김석 기자 su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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