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명의 날’ 현지 르포

“후회없다… 투표하러 왔다”
금융·법조계 등 철야 근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짓는 국민투표가 간간이 굵은 빗줄기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 치러졌다. 브렉시트 찬반 양 진영은 투표 마지막 시간까지 지지를 호소하는 선거운동을 펼쳤다. 선거가 마무리된 뒤에도 영국 국민 중 일부는 개표 결과를 지켜보느라 밤을 새우는 모습이었다.

브렉시트 국민 투표가 시작된 23일 아침부터 영국 국민들은 굵은 빗줄기에도 투표소를 찾았다. 국민 투표일이 공휴일이 아니어서 이날 아침과 저녁에는 출근 전과 퇴근 후에 투표하려고 투표소를 찾는 이들이 줄을 이었다.

런던 서부의 주민회관에 마련된 제2 투표소에도 아침부터 운동복이나 정장을 입고 투표소를 찾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날 오전 일찍 투표한 로시 애넌(여·38)은 “어느 쪽으로 결론 나든지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투표하러 왔다”고 말했다. 이러한 투표 열기를 반영하듯 브렉시트 투표율은 지난해 총선 투표율 66%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382개 개표센터 가운데 현재 120곳에서 발표한 평균 투표율은 71.2%이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존 커티스 스트래스클라이드대 정치학과 교수는 BBC에 “이번에 투표율이 72%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관측했다.

선거가 오후 10시까지 계속되면서 브렉시트 찬반 양 진영은 밤늦게까지 주요 지하철역에서 퇴근하는 시민들에게 지지와 함께 한 표 행사를 호소했다. 이들은 시민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면서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한 신경전을 벌였다. 양측 신경전 속에서도 브렉시트 선거를 앞두고 발생한 조 콕스 하원의원 피살 사건 여파 탓인지 EU 잔류를 주장하는 측이 상대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이었다.

시민 중에서도 브렉시트 반대를 지지하는 이들은 가슴이나 가방에 EU 잔류를 의미하는 ‘IN’이 새겨진 배지를 당당하게 달고 다녔다. 이에 반해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마크를 달고 다니는 시민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들은 콕스 의원 피살 사건 이후 브렉시트 찬성이 극우주의자처럼 보일까 다소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선거가 끝난 뒤 영국 국민 중 일부는 그동안 초박빙 양상을 보여온 선거 결과를 보기 위해 밤을 새웠다. 런던 주택가 곳곳에는 자정을 넘긴 시간에도 불이 켜져 있는 집이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특히 영국 금융권과 법조계는 브렉시트 선거 결과에 따른 금융시장 파장과 고객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철야 근무를 했다.

JP모건과 바클레이즈, 도이치뱅크 등 주요 투자은행(IB) 거래인들은 선거 결과에 따라 움직일 시장 모니터링과 고객 주문 대응을 위해 밤을 새웠다. 바클레이즈 대변인은 “판매와 거래, 리서치팀의 경우 브렉시트 투표 결과와 이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 속에서 고객들을 돕기 위해 철야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런던 = 김석 국제부 기자 su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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