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에 떨며 살아가는 阿 백색증 환자들
지난 5월 8세 탄자니아 소녀 타우시의 집에 한밤 중 칼을 든 무장괴한들이 들이닥쳤다. 괴한들은 문을 박차고 들어와 타우시의 부모를 제압한 뒤 타우시를 찾기 위해 온 집을 뒤졌다. 소녀는 그 길로 집 밖으로 내달려 곡식 자루 뒤에 숨었다. 흑인임에도 새하얀 피부를 가진 타우시는 알비노(백색증환자)란 이유로 세 번이나 이렇게 죽을 고비를 넘겼다. 타우시는 겨우 목숨을 건졌지만 지난 4월 말라위에서 실종된 두 살배기 아기는 시신이 훼손된 채 발견돼 충격을 줬다. 지난 20일 AFP는 캐나다의 자선단체 ‘언더 더 선(Under The Sun)’의 자료를 인용, “지난 10여 년간 26개 아프리카 국가에서 발생한 알비노 습격 건수는 457건이며, 이 중 178건은 피살 사건이었다”고 보도했다.
알비노가 공격의 대상이 된 것은 이들의 신체에 주술적 힘이 있다는 낭설이 퍼진 탓이다. 아프리카에는 “알비노 여성과 성관계를 하면 에이즈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다” “알비노 환자의 뼈에는 금이나 주술적 물질이 들어 있다” “알비노의 신체가 부와 행운을 가져온다”는 등 근거 없는 미신이 만연해 있다.
이런 미신이 확산되면서 말라위에서는 알비노의 신체 일부를 거래하는 시장까지 형성됐다. 지난 6월 11일자 이코노미스트는 말라위의 알비노 암거래 시장에서 알비노 여성이 1450달러(약 167만 원)에 매물로 나온 사례를 소개하며 밀매 가능성 때문에 수많은 알비노가 공포에 떨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알비노를 인신매매하다 적발된 사례 중에는 알비노의 가족과 친인척들이 돈 때문에 개입한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말라위의 알비노협회 대표인 마사는 “일부 부모들은 알비노 자녀를 중요치 않게 생각해 돈의 유혹에 쉽게 빠진다”고 증언했다.
알비노는 ‘하얗다’는 뜻의 라틴어 알부스(albus)에서 유래한 이름인데 피부나 모발, 눈에 색소 세포가 생성되지 않아 독특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알비노의 새하얀 외양은 신비감을 자아내 소설이나 영화 등의 소재로 쓰였지만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이들에 대한 왜곡된 환상은 알비노 당사자들에게 더 큰 비극을 가져다주는 결과도 낳고 있다.
알비노에 대한 편견은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지독한 고통이다. 지난 8일 AP통신은 짐바브웨에 사는 러브니스 마이나토가 둘째 아이를 알비노로 낳았다는 이유로 아이와 함께 남편에게 버림받은 사연을 소개했다. 친척들은 아이를 저주했고 마이나토가 일하는 밭의 주인은 “손님이 오면 아이를 숨겨라”고 요구했다. 알비노 아이가 거리를 걸으면 사람들은 욕설을 내뱉고 휘파람으로 조롱했다. 마이나토는 “알비노로 살아간다는 건 지옥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알비노들은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데 아프리카지역 경제가 나빠지면서 짐바브웨 등 각국에서는 알비노들이 피부에 바르는 로션이나 약품을 제대로 제공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비노 학살이 기승을 부리자 탄자니아에는 알비노들이 숨어 사는 섬까지 생겼다. 최근 AFP는 탄자니아의 내륙섬 우케레웨에 폭력에 시달리고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알비노들이 살아가는 피난처가 있다고 보도했다. 아프리카 빅토리아호에 위치한 이 섬에는 75명 이상의 알비노들이 모여 살고 있으며,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내륙국가 탄자니아보다 훨씬 더 안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 시절 알비노 사냥꾼들의 추적을 피해 이곳에서 살기 시작한 한 50대 생선상인은 “총 없이 잠들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고 AFP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알비노 대상 폭력사건이 빈발하자 유엔은 지난 17~20일 탄자니아 수도 다르에스살람에서 28개국 아프리카 정부 인사와 150여 개 시민단체가 모인 가운데 알비노 대상 범죄 척결을 위한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20일 AFP통신에 따르면 이 회의에서는 알비노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한 알비노 미남미녀 선발대회, 알비노 무덤에 콘크리트 방호막 설치하기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또 알비노가 사는 집 주변에 믿을 수 있을 만한 이웃들을 함께 살게 하거나 자택에 견고한 잠금 장비를 설치하는 방안 등도 논의됐다. 회의에 참석한 이크폰워사 에로 유엔 알비노 전문가는 “2017년 말까지 간편하고 효과적이면서도 비용이 적게 드는 로드맵을 작성해 아프리카연합(AU)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9월 미남미녀 선발대회를 개최할 예정인 케냐에는 알비노 피습 사건이 발생하면 즉시 신고가 가능한 핫라인도 설치돼 있어 아프리카 국가 중 알비노 보호 정책을 가장 잘 구현한 모범 사례로 언급됐다. 이날 알비노를 지원하는 비영리기구의 한 관계자는 “아프리카 각 정부에 압력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말보다 실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
지난 5월 8세 탄자니아 소녀 타우시의 집에 한밤 중 칼을 든 무장괴한들이 들이닥쳤다. 괴한들은 문을 박차고 들어와 타우시의 부모를 제압한 뒤 타우시를 찾기 위해 온 집을 뒤졌다. 소녀는 그 길로 집 밖으로 내달려 곡식 자루 뒤에 숨었다. 흑인임에도 새하얀 피부를 가진 타우시는 알비노(백색증환자)란 이유로 세 번이나 이렇게 죽을 고비를 넘겼다. 타우시는 겨우 목숨을 건졌지만 지난 4월 말라위에서 실종된 두 살배기 아기는 시신이 훼손된 채 발견돼 충격을 줬다. 지난 20일 AFP는 캐나다의 자선단체 ‘언더 더 선(Under The Sun)’의 자료를 인용, “지난 10여 년간 26개 아프리카 국가에서 발생한 알비노 습격 건수는 457건이며, 이 중 178건은 피살 사건이었다”고 보도했다.
알비노가 공격의 대상이 된 것은 이들의 신체에 주술적 힘이 있다는 낭설이 퍼진 탓이다. 아프리카에는 “알비노 여성과 성관계를 하면 에이즈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다” “알비노 환자의 뼈에는 금이나 주술적 물질이 들어 있다” “알비노의 신체가 부와 행운을 가져온다”는 등 근거 없는 미신이 만연해 있다.
이런 미신이 확산되면서 말라위에서는 알비노의 신체 일부를 거래하는 시장까지 형성됐다. 지난 6월 11일자 이코노미스트는 말라위의 알비노 암거래 시장에서 알비노 여성이 1450달러(약 167만 원)에 매물로 나온 사례를 소개하며 밀매 가능성 때문에 수많은 알비노가 공포에 떨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알비노를 인신매매하다 적발된 사례 중에는 알비노의 가족과 친인척들이 돈 때문에 개입한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말라위의 알비노협회 대표인 마사는 “일부 부모들은 알비노 자녀를 중요치 않게 생각해 돈의 유혹에 쉽게 빠진다”고 증언했다.
알비노는 ‘하얗다’는 뜻의 라틴어 알부스(albus)에서 유래한 이름인데 피부나 모발, 눈에 색소 세포가 생성되지 않아 독특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알비노의 새하얀 외양은 신비감을 자아내 소설이나 영화 등의 소재로 쓰였지만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이들에 대한 왜곡된 환상은 알비노 당사자들에게 더 큰 비극을 가져다주는 결과도 낳고 있다.
알비노에 대한 편견은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지독한 고통이다. 지난 8일 AP통신은 짐바브웨에 사는 러브니스 마이나토가 둘째 아이를 알비노로 낳았다는 이유로 아이와 함께 남편에게 버림받은 사연을 소개했다. 친척들은 아이를 저주했고 마이나토가 일하는 밭의 주인은 “손님이 오면 아이를 숨겨라”고 요구했다. 알비노 아이가 거리를 걸으면 사람들은 욕설을 내뱉고 휘파람으로 조롱했다. 마이나토는 “알비노로 살아간다는 건 지옥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알비노들은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데 아프리카지역 경제가 나빠지면서 짐바브웨 등 각국에서는 알비노들이 피부에 바르는 로션이나 약품을 제대로 제공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비노 학살이 기승을 부리자 탄자니아에는 알비노들이 숨어 사는 섬까지 생겼다. 최근 AFP는 탄자니아의 내륙섬 우케레웨에 폭력에 시달리고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알비노들이 살아가는 피난처가 있다고 보도했다. 아프리카 빅토리아호에 위치한 이 섬에는 75명 이상의 알비노들이 모여 살고 있으며,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내륙국가 탄자니아보다 훨씬 더 안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 시절 알비노 사냥꾼들의 추적을 피해 이곳에서 살기 시작한 한 50대 생선상인은 “총 없이 잠들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고 AFP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알비노 대상 폭력사건이 빈발하자 유엔은 지난 17~20일 탄자니아 수도 다르에스살람에서 28개국 아프리카 정부 인사와 150여 개 시민단체가 모인 가운데 알비노 대상 범죄 척결을 위한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20일 AFP통신에 따르면 이 회의에서는 알비노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한 알비노 미남미녀 선발대회, 알비노 무덤에 콘크리트 방호막 설치하기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또 알비노가 사는 집 주변에 믿을 수 있을 만한 이웃들을 함께 살게 하거나 자택에 견고한 잠금 장비를 설치하는 방안 등도 논의됐다. 회의에 참석한 이크폰워사 에로 유엔 알비노 전문가는 “2017년 말까지 간편하고 효과적이면서도 비용이 적게 드는 로드맵을 작성해 아프리카연합(AU)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9월 미남미녀 선발대회를 개최할 예정인 케냐에는 알비노 피습 사건이 발생하면 즉시 신고가 가능한 핫라인도 설치돼 있어 아프리카 국가 중 알비노 보호 정책을 가장 잘 구현한 모범 사례로 언급됐다. 이날 알비노를 지원하는 비영리기구의 한 관계자는 “아프리카 각 정부에 압력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말보다 실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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