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분량 되살려 IPTV 공개
영화시장 질적 저하 부를수도


허울뿐인 ‘감독판’이 영화 산업을 멍들게 하고 있다.

인터넷TV(IPTV) 등 부가판권 시장이 커지며 극장 상영 중이거나 상영을 마친 영화가 ‘감독판’ 혹은 ‘무삭제판’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후 부가 시장에 등장하는 일이 잦아졌다. 하지만 지난해 말 극장에 걸린 후 약 30분의 삭제 분량을 넣고 재편집한 ‘내부자들’을 제외하면 나머지 감독판은 출연 배우의 노출 수위를 높이거나 자극적 장면을 포함한 상술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지난해에는 임지연과 이유영, 조여정과 클라라 등 유명 여배우들의 노출 장면이 담겨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던 영화 ‘간신’(사진)과 ‘워킹걸’이 IPTV를 통해 공개된 후 얼마 되지 않아 감독판이란 이름을 걸고 다시 전면에 등장했다. 하지만 영화의 흐름이나 구성에는 별 변화가 없고, 극장 상영 버전에서는 삭제됐던 몇몇 장면이 추가되거나 영화가 끝난 후 보너스 장면을 보여주는 수준에 그쳐 차별화된 콘텐츠라 보기 어렵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감독판이라 부르려면 감독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편집을 달리하거나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야 하는데 이런 감독판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특히 여배우의 노출 장면이 많은 영화가 감독판으로 자주 제작되며 ‘감독판=노출판’이라는 날 선 시선도 있다”고 꼬집었다.

급기야 지난 24일에는 개그우먼 출신 배우 곽현화가 출연한 ‘전망 좋은 집’을 연출한 이수성 감독이 곽현화의 동의 없이 가슴노출 장면을 공개해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및 무고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감독은 “극의 흐름상 가슴 노출신이 필요하니 촬영 후 편집 해달라고 하면 반드시 빼겠다”라고 곽현화를 설득해 촬영한 후 해당 장면을 삭제한 채 영화를 개봉했다. 하지만 이후 곽현화의 동의 없이 노출장면을 삽입해 ‘무삭제 노출판’ ‘감독판’이라는 이름으로 IPTV 등에서 유료 상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노출 장면으로 부가 시장에서 ‘장사’를 하려 했던 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곽현화는 25일 자신의 SNS에 “그런 영화를 선택했으니 자초한 일이라는 댓글이 있는데 성범죄는 가해자의 잘못이지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다”라며 “이번 소송 또한 감독의 잘못이지, 작품 선택을 잘못한 배우의 탓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런 반쪽짜리 감독판이 판치는 것은 부가 시장에서 노출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많기 때문이라는 반박도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산업통계에 따르면 ‘전망 좋은 집’은 2013년 IPTV 기준 15만7037건 상영돼 전체 영화 중 60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간신’과 ‘워킹걸’ 역시 각각 71만7597건, 18만4558건을 기록해 지난해 전체 이용 건수 5위와 56위에 올랐다. 또 다른 영화계 관계자는 “유독 노출 영화의 감독판이 자주 등장하는 건 찾는 이들이 많고 이로 인한 수익이 짭짤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이는 영화 시장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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