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것들이 어떻게?”
식당이나 거리에서 공생당 의원들의 행태를 보는 국민들이 대개 그런 의문을 품기 시작한 것은 당연했다.
“서동수 혼자서 어떻게 저런 웰빙 군단을 감당한단 말인가?”
대놓고 이렇게 말하는 평론가도 있다.
“더군다나 서동수는 속물의 대표주자 아닌가?”
이것도 자칭 친(親)공생당 측이라는 인사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시사 오락 프로그램에 나가시겠습니까?”
유병선이 물었을 때는 선거운동 기간이 5일 남았을 때다. 그동안 서동수는 선거위원회를 구성했고 당직자들과 계속해서 회의만 했지 TV에 출연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민족당 후보인 고정규는 수시로 TV 시사 프로나 오락 프로에까지 출연해서 대중과의 친밀도를 높였다. 그래서 ‘개인으로 보면 고정규가 낫지’ ‘솔직히 학력이나 경력, 품격으로 보면 고정규가 연방대통령 감이지’라는 말이 슬슬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유병선은 초조해지는 것 같다.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유병선이 말을 이었다.
“홍보위원회에서 한두 개 정도 프로그램에는 참석하시는 것이 낫겠다고 합니다.”
“들었어. 여러 부서에서 권하더군.”
유병선이 계획서를 내밀었다.
“이건 KMS 방송에서 방영하는 시사오락 프로인데요. 고정규 씨가 계속 출연하고 있습니다.”
계획서에는 사진까지 첨부됐는데 여가수와 함께 고정규가 활짝 웃고 있다. 유병선이 말을 이었다.
“시청률이 높습니다.”
“응. 나도 보았어. 재밌더군.”
“요즘 시중 현안에 대해 질문하고 간단히 대답하면 됩니다.”
다가선 유병선이 서동수가 들고 있는 계획서의 사진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고정규가 이야기하는 장면이 찍혔는데 시청률이 27%나 된다. 시사 오락 프로치고는 대단한 시청률이다.
“물론 유명 K팝 스타들이 함께 있어서 시청률이 그렇게 됐지만 이때 한번 비치는 것이 엄청난 효과를 냅니다.”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이며 계획서 다음 페이지를 보았다. 유병선은 이미 출연 준비를 해 놓은 것 같다.
“아니, 포겐 자동차 배기가스 질문인가?”
서동수가 묻자 유병선이 다시 페이지 한 부분을 손으로 짚었다. 답변 내용이다.
“예, 정부에서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식으로 대답하시면 됩니다.”
“고정규 씨도 같은 질문을 받나?”
“예, 같은 질문이죠. 고정규 씨도 아마 그렇게 원론적인 대답을 할 겁니다.”
유병선이 정색하고 말을 이었다.
“서로 토론하는 게 아니니까요. 장관님께선 파트너가 되실 여자 가수들하고 재미있게 놀아주시면 됩니다. 실수를 많이 하실수록 좋지요.”
유병선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장관님께선 아마 재미있게 노시는 모습이 고정규 씨보다는 나을 것 같습니다. 고정규 씨는 너무 꾸민 것이 드러나거든요.”
유병선이 자신 있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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