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빛
환상의 빛
태풍이 지나가고
태풍이 지나가고
내달 잇따라 개봉…‘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 여전

국내에서도 두꺼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 감독의 데뷔작과 최신작이 오는 7월 연이어 개봉한다. 그가 1995년 처음 만든 극영화 ‘환상의 빛’이 7월 7일 개봉하며 7월 28일에는 올해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던 ‘태풍이 지나가고’가 관객과 만난다. 고레에다 감독의 팬에게는 그의 섬세한 영화어법이 어떻게 시작됐고, 최근작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비교하며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소설가 지망생이었던 고레에다 감독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시작해 서른셋에 환상의 빛을 내놓았다. 이 영화는 밴쿠버국제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용호상)을 수상했고,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는 촬영상을 받은 수작이다. 국내 극장 개봉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영화는 남편이 기차선로에서 자살한 후 딸과 함께 아들이 있는 남자와 재혼한 한 여인이 죽은 전 남편을 잊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죽어서 고향에 묻히고 싶다고 떠난 할머니를 잡지 못한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던 유미코(에스미 마키코)는 동네 친구인 이쿠오(아사노 다다노부)와 결혼해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염색 공장으로 출근하던 이쿠오가 비가 올 것 같다며 자전거를 두고 나간 뒤 돌아오지 않는다. 남편의 자살 소식을 접한 유미코는 넋을 잃고 지내지만 딸을 챙기며 서서히 이쿠오를 잊어간다. 그는 친정엄마의 권유로 바다 마을에 사는 타미오(나이토 다가시)와 재혼해 다시 평온한 삶을 이어간다. 하지만 그의 속마음은 이쿠오가 왜 죽었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가득 차 있다.

고레에다 감독은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답게 데뷔작을 객관적 자세로 풀어냈다. 영화 속 인물들의 삶을 멀리서 지켜보려는 듯 넓은 앵글로 잡은 롱테이크 화면을 담담하게 펼쳐냈다. 또 최근작들과는 달리 어두운 톤을 이어가며 인간의 내면을 세세하게 들여다본다. 어둠과 빛이 교차하는 장면을 통해 이 영화 제목의 의미를 느끼게 된다.

태풍이 지나가고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년),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년) 등 국내에서 흥행 성공을 거둔 최근작들과 비슷한 느낌의 가족 영화다. 이 영화는 나이가 들어서도 어른이 되지 못한 남자의 성장기를 담았다. 자신이 쓴 소설로 문학상까지 받은 료타(아베 히로시)는 아내와 이혼해 아들과도 떨어져 살며 사설탐정 일을 하고 있다. 말이 사설탐정이지 불륜 현장을 잡으러 다니는 흥신소 직원이다. 도박에 빠져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료타는 방탕한 삶을 살다 간 아버지가 남긴 유품 중 돈이 될 만한 물건을 찾으려 한다. 그는 죽을 때까지 자신의 소설을 읽지 않은 아버지를 원망하며 전처의 남자친구를 질투하는 지질한 인물이다. 료타가 아들과 함께 본가에 간 날 강력한 태풍이 몰려오고, 아들을 데리러 온 전처 등 온 가족이 하룻밤을 같이 보내며 료타는 가족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이 영화에는 ‘걸어도 걸어도’에서 모자(母子) 연기를 펼쳤던 기키 기린과 아베 히로시가 다시 어머니와 아들로 나오는 등 고레에다 감독 전작들에 등장했던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또 ‘카모메 식당’의 고바야시 사토미도 나온다.

두 영화 사이에는 20년이 넘는 간격이 있지만 고레에다 감독이 지닌 그리움의 정서와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그대로 연결된다. 누구나 살다 보면 힘든 일을 겪지만 다 이겨내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정서를 바탕으로 고레에다 감독이 전하는 메시지가 두 영화의 대사에 녹아 있다. 환상의 빛에서는 “날씨가 좋아졌네요”라고 말하는 유미코에게 새 시아버지가 건네는 “좋은 계절이 왔다”는 말이 그것이다. 또 태풍이 지나가고에서는 료타의 어머니가 전하는 행복에 대한 생각이 그렇다. “행복이란 건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으면 손에 넣을 수 없는 거란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