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냥’ 주연 안성기

“제가 이번 영화를 통해 영화배우의 정년을 늘려 놓았어요. 하하.”

60대 중반의 ‘국민배우’ 안성기(사진)는 2개월간 산속에서 뛰고, 구르고, 폭포에서 뛰어내리며 얻어맞다가 끝내 총상까지 당하는 격렬한 액션 연기를 펼친 소감을 이같이 밝히며 환하게 웃었다. 영화 ‘사냥’(감독 이우철)에서다.


그는 이 영화에서 탄광에서 광부로 일하다가 대규모 막장 붕괴사고에서 유일하게 살아나온 후 사냥꾼이 된 기성을 연기했다.

오는 29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폐광이 된 탄광 앞 바위에서 금맥이 발견된 후 서울에서 수상한 사냥꾼들이 이 산으로 몰려들고, 땅주인인 할머니가 이들을 막다가 위험에 빠지자 기성이 할머니를 구하려다 사냥꾼 무리와 사투를 벌이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조진웅, 한예리, 권율 등 후배 배우들이 안성기와 호흡을 맞췄다.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문화일보와 만난 안성기는 “나이가 들어 처음으로 제대로 된 액션 연기를 펼쳤다”며 “40년 동안 꾸준히 운동을 해와 전혀 힘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시나리오를 보고 너무 황홀했어요. ‘이 나이에 이런 액션 연기를 할 수 있게 되다니’ 이런 생각이 들었죠. 고마운 마음으로 행복하게 뛰고 굴렀어요. 스턴트맨이 있었는데 그 친구가 할 일이 별로 없어서 미안할 정도예요(웃음).”

영화 첫 장면에서 그는 민소매 티셔츠를 입고 탄탄한 가슴 근육을 선보인다. “혹시 컴퓨터그래픽(CG)의 힘을 빌린 거냐”고 묻자 “오히려 너무 크게 나와서 CG로 줄여 달라는 농담을 했다”고 말했다.

“옆에서 찍어서 그런지 가슴이 너무 크게 나오더라고요. 흉하게 나올 것 같아 줄이자고 했죠. 근데 이런 얘기하려니 좀 쑥스럽네요(웃음). 기성이 반백의 노인네지만 1대 7로 붙어 싸우는 역할이라 처음에 노쇠한 모습을 보여주면 관객들이 ‘쉽게 끝나겠는데’라고 생각할 것 같아서 근육질에 날렵하고, 힘도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어요.”

기성은 막장에서 겪은 일로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인물로, 안성기는 액션에 감정까지 실어야 하는 이중고를 겪었다.

“기성이 지닌 마음의 상처가 얼굴에 나타나야 해서 촬영 내내 어둠이 짙게 깔린 표정으로 연기했어요. 모든 호흡에 그런 감정이 실려야 했죠. 그게 없으면 진짜 ‘람보’(영화에서 람보로 불리기도 한다)가 되는 거잖아요(웃음). 기성이 마지막 장면에서 마음의 짐을 덜고 자유로워지는 걸 관객이 느끼게 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영화계에서 존경과 신뢰를 한몸에 받고 있는 그는 부산국제영화제 사태가 길어지며 첫 민간 조직위원장 제안을 받는 등 무슨 일만 생기면 ‘구원투수’로 거론된다. 그런 그가 “이제는 ‘배우 안성기’로 욕심을 가지기로 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거절을 못 해서 모든 걸 내놓고, 다른 일부터 정한 후 남는 자투리 시간에 내 일을 했어요. 근데 2년 전쯤부터 내 생각을 많이 하며 살고 있어요. 내 시간을 먼저 짜놓고 남는 시간에 다른 일을 챙기죠. 또 영화도 ‘참여’가 아니라 내게 맞는 매력적인 인물을 골라서 출연을 결정해요.”

7세 때 아역배우로 데뷔한 그는 배우로 살아온 긴 시간을 돌아보며 “한국 영화의 위상이 높아지는 등 내가 바라는 대로 돼서 기쁘다”고 말하며 앞으로의 기대감을 나타냈다.

“정확하게 만 5세 때 시작했어요(웃음). 그때는 내 의지로 한 게 아니어서 뭐라 말할 수 없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영화배우를 해야겠구나. 잘하면 좋은 일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근데 1970년대는 영화계가 가장 안 좋은 시기였어요. 유신의 끝자락이어서 표현의 자유가 없었죠. 적당히 타협해서 영화를 만드는 시절이었어요. 그러다 1980년대에 들어서며 세상이 조금씩 바뀌어서 ‘그동안 못해 왔던 사회성 짙고, 역사성이 있는 영화에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람불어 좋은 날’ ‘꼬방동네 사람들’ ‘칠수와 만수’ ‘남부군’ 등에 출연했어요. 앞으로 좀 더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지고, 기획의 폭도 넓어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저도 최선을 다해야죠.”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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