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는 돈이다. 돈이 없으면 복지가 안 되니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돈이 복지는 아니다. 복지가 돈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7월 1일 시행을 앞둔 어린이집 ‘맞춤반·종일반 병행제’를 놓고 수개월 동안 벌어진 복지논쟁을 보면 중요한 가치 하나를 놓친 느낌이다. 삶과 인생에 대한 가치다. 돈만으로는 살 수 없는 가치. 어머니로서 아이와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함께 보내기, 그러지 못하는 취업모에게는 어머니만큼 따뜻한 사랑의 손길을 줄 보육 서비스의 높은 질, 국가가 이를 앞장서 지켜주려는 정책상의 배려 등이다.
그런데 우리가 너무 돈에만 집착한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할 대목은 과연 없을까. 모두 돈에 매달리는 모습으로 보이게끔 잘못된 길로 몰아넣은 정부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복지가 보다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부도 과연 철학이나 세밀한 정책 방법론상의 고민이 있는지 의문이다. 보건복지부가 중심이 돼 보완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는 돈보다 가치 있는 가치를 찾는 노력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돈 집착증은 2009년 무상보육 개념이 도입된 뒤 정책시행 시작부터 모두에게 발견됐다. 2012년부터 차례로 보육지원과 양육수당 대상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어린이집을 이용하지 않으면 손해라고 생각한 전업주부들. 저마다 사정이야 있었겠지만 상당수가 양육수당(10만∼20만 원 현찰) 대신 공짜 보육(2015년 기준 1인당 어린이집 지원 최대 77만여 원)을 택했다. 수요를 틈타 민간 어린이집 수는 필요 이상으로 늘었다. 서글픈 일이 확대 재생산됐다. 돈이 뭐라고. 어린이집은 같은 종일반 보육료를 받으면서 오후 4시쯤 자녀를 데려가는 전업주부 수요를 선호하게 됐다. 같은 돈에 늦게까지 남아 있는 취업모의 자녀가 어린이집에서 홀대받는다는 불만도 커졌다. 취업모들은 어린 마음이 상처 입을까봐 걱정돼, 또 어린이집의 강요 아닌 강요까지 겹쳐 육아도우미를 고용해 전업주부처럼 오후 4시에 하원시키는 데 돈을 써야 했다.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는 데 너 나 할 것 없이 기여했다.
이번 정책에 가장 반발하는 어린이집의 논리도 역시 돈이다. 양질의 교육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겠지만 돈이 줄어드느니, 실제로는 늘어나느니 답 없는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어린이집은 정부 지원이 줄어드니 망한다고 걱정이고, 정부는 실제로는 4.2% 수입이 늘어난다고 반박했다. 전업주부의 역차별 호소도 줄어드는 돈에 있다. 정부는 잘못된 정책을 개선하는 조치를 시행하면서도 제대로 홍보하지 못한 탓에 여기저기 비난을 자초했다. 특히, 실제로는 전업주부가 아닌 외형만 전업주부인 사각지대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 전업주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직접 증명하라면서 인권·사생활 침해 논란도 초래했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국공립 확대는 외면한 채 매년 고작 2% 정도 늘리는 계획에 그치고 있다.
전업주부나 어린이집이나 정부나 돈보다 가치 있는 삶의 문제로 돌아가 보자. 우리나라가 유독 어린이집 이용률이 높은 점을 지적하며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리는 게 좋겠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권고를 생각하면서.
jupiter@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