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거세지는 反세계화 바람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로 전 세계가 공황상태에 빠진 가운데 영국발 고립주의가 유럽은 물론 대서양을 건너 미국까지 전해지며 국제 지형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신(新)고립주의’의 태동 바탕에 엘리트 중심의 신자유주의에 따른 양극화와 이민자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엘리트 정치인들은 통합과 개방이 더 나은 세계를 열어줄 것이라며 세계화 및 자유무역을 주장했지만, 결국 양극화와 실업 등 병폐만 낳았다고 대중들이 결론 내렸다는 것이다. 특히 국경의 장벽이 허물어진 뒤 유입된 이민 노동자들이 자국민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인식은 이미 서유럽 국가 내에서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부터 유럽의 최대 관심거리가 된 난민 문제도 고립주의 태동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유럽에서는 시리아 내전 등으로 중동 지역의 난민이 대거 유입되며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와 지난 3월 벨기에 브뤼셀 테러범 중 일부가 난민에 섞여 들어온 것으로 밝혀지며 난민에 대한 경계심이 커졌고, 지난 연말연시 독일 쾰른에서 난민 주도로 남성 1000여 명이 무리를 지어 여성들에게 성폭력을 가해 증오심이 극에 달했다

26일 미국의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유럽의 주요국에서 주요 국제문제에 개입해야 한다는 여론은 독일 53% 스페인 55%를 제외하고 대부분 50%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세계를 경영했던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국제문제에 관여해야 한다는 여론은 각각 43%, 36%에 그쳤다.

1990년대 공산권 대붕괴 후 세계 각국은 세계화에 따른 경제 성장의 가능성을 믿으면서 국제협력주의를 강화해왔다. 그러나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뚜렷해진 글로벌 경기후퇴 속에서 경제는 점점 나빠지고, 시리아 내전이 5년여째 지속되면서 유럽으로 유입되는 난민들의 수가 폭증하자 각국이 자국 문제에 몰입하는 쪽으로 기류가 바뀌고 있다. 다른 나라 문제에 관여하기보다 우리 문제를 푸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신고립주의 정서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게 수치로 입증되고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기관인 입소스 모리가 브렉시트 국민투표에 앞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7%가 ‘이민자 문제’를 영국사회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답했다. 영국에서는 이민자 수가 전체 인구의 13%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브렉시트 확정 후 사설을 통해 “엘리트 정치와 관료주의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표출된 결과”라며 “이 같은 세계화를 막고자 민심이 반(反) 통합을 내세우는 극우 정당 등으로 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3일 영국의 국민투표로 인해 브렉시트가 현실화된 뒤 가장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유럽 내 극우 정당이다. 국민투표 전부터 반(反) EU 정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온 이들 정당은 일제히 브렉시트를 환영하며 자국에서도 EU 탈퇴를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탈퇴로 EU의 쌍두마차로 남은 프랑스와 독일에서도 극우 정당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는 24일 “여러 해 동안 요구해 왔듯이 프랑스에서도 영국과 같은 국민투표를 시행해야 한다”며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6개월 이내에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에서는 내년 4월 대선이 실시되는데 르펜 대표는 지난 4월 설문조사에서 31%의 지지율을 얻어 결선에 1위로 진출할 것으로 예상됐다. 2013년 출범한 독일의 신행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역시 브렉시트와 함께 힘을 받고 있다. 반(反)EU·반(反)난민 정책 등 고립주의를 내세우는 AfD는 지난 3월 3개 주의회 선거에서 의석을 차지해 독일 제3당으로 단숨에 부상했고 내년 10월 실시되는 총선에서 2위로 도약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AfD를 이끌고 있는 ‘독일의 트럼프’ 프라우케 페트리 당수는 난민에 호의적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 퇴진을 요구하며 독일 내 반(反) 난민 정서를 적극 끌어안고 있다.

이탈리아와 네덜란드, 폴란드에서도 국제 문제보다 현실적인 국내 문제에 집중하는 정당이 인기를 얻고 있어 EU 원심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영국발 ‘신고립주의’의 태동은 대서양 건너 미국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은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돌풍이 브렉시트와 함께 거세져 본선 판도를 뒤흔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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