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봉 세종대 석좌교수·경제학

지난주 제20대 국회의 첫 교섭단체 대표 연설은 여야 3당이 일제히 ‘양극화 해소’를 ‘시대정신’으로 제시하고, 재벌·대기업을 양극화의 원인으로 지적하는 것으로 끝났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거대 경제 세력을 견제함이 의회의 본분”이라 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대기업·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 관행을 근절하겠다”고 했다.

두 야당은 그렇다 하더라도, 보수·집권 새누리당의 정진석 원내대표까지 ‘소득의 중향(中向) 평준화’와 대기업 규제를 지상(至上) 과제로 들고 나온 건 중대한 문제다. 그는 “대기업의 부의 집중이 생태계를 망가뜨린다”며 일감 몰아주기 등을 규제하고 재벌세습 행태를 감시하겠다고 했다. 오늘날 한국 경제사회의 격차는 심각해 더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정당이 오직 양극화 해소만을 외치고 ‘대기업 규제가 양극화 해소의 길’이라 주장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지금 얼마나 위험한 이념 병증(病症)에 빠졌는지 보여준다.

한국 정치에서 반(反)기업관은 대체로 기업과 시장에 대한 무지에 기인한다. 기업은 이윤 추구의 동물이라 위험(risk)을 걸고 창업·투자하고 결연히 시장 경쟁에 뛰어든다. 기업이 이기면 그 이익은 투자자 수익, 직원 봉급, 국가 세금 등으로 분배되고 기업의 장래 투자를 위해 유보된다. 따라서 무수히 기업이 번창하는 나라에서 국민소득과 일자리가 풍부하게 생성되며 원활한 소득분배와 양극화 해소도 따르게 된다. 이는 시장경제에서 대기업·중소기업·국가·국민은 한 운명임을 보여준다. 이런 과정을 무시하는 좌파들은 기업의 수익을 정경유착·탐욕·착취 등에 의해 사회의 약자로부터 빼앗은 결과로 국민에게 선전해 대기업·중소기업 간 갈등 구도를 부추긴다. 이에 부응해 정부와 정당이 수많은 규제와 기업 수익의 사회 환원 장치를 마련하는 게 현실이다.

이번 국회에서 새누리당은 시장과 기업의 가치를 지킬 보수 우파의 정당이 아님이 드러났다. 시장·기업·경쟁·책임을 중요한 가치로 믿는 보수 지지자는 이제 한국에서 정치적 고아가 된 것으로, 정당정치를 하는 민주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정치는 장기적으로 국가 사회의 자유주의 정신, 재산권, 기업 등을 쇠퇴시킴으로써 시장경제는 쇠망하고 실질적으로 사회주의적 배급 체제로의 길을 가게 할 것이다.

좌경화 반기업 정치에 새누리당까지 가세한 20대 국회는 이제 거침없이 기업 규제 법안을 무차별적으로 쏟아낼 것이다. 과거 상생·동반성장과 경제민주화 바람에 휩쓸려 정치권·지자체·관료들이 설치한 수많은 법규와 정책은 시장을 이리저리 칸막이로 막고 대기업·중소기업 간의 상호 소통, 협력과 성장을 방해하게 했다. 이리해서 대기업은 투자를 꺼리고 중소기업은 더는 자라지 않으려 애쓰는 기막힌 사태를 불러왔다.

오늘날 경제 활성화나 양극화 해소에 필요한 것은 규제와 노동시장 개혁, 법인세 인하 등 기업이 스스로 투자하게 만드는 환경이다. 그러나 야당 지배의 국회는 오히려 더욱 치밀한 기업 활동 규제와 더불어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 법인세율 인상 등을 ‘국민의 이름’으로 추진할 것이다. 이런 여건에서는 경제가 제대로 성장할 수가 없다. 일자리가 부족해지고 양극화와 불평등이 더욱 확대될 건 당연한 이치다. 오늘날 자유민주 국가에서는 국민이 현명해야 경제와 기업이 흥하고 양극화도 축소되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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