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유럽연합(EU)을 떠나리라곤 사실 필자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영국은 브렉시트로 잃을 게 얻을 것보다 많기 때문이다.
우선, 금융 강국으로서의 영국의 지위가 심각한 위기에 빠질 것이다. 예상대로 영국의 파운드화는 폭락했다. EU의 일원으로 간주되는 영국의 파운드와 그렇지 않은 파운드의 가치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또, 많은 해외 투자 기업이 영국에서 지사를 옮겨 대륙으로 가려 할 것이다. 영국은 탈퇴하더라도 EU의 경제공동체 일원으로는 남으려 하겠지만, 나머지 회원국들이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더 우려되는 것은 영국의 해체다. 특히, 스코틀랜드는 EU의 잔류를 강력하게 희망해왔기 때문에 다시 독립을 시도할 가능성이 짙다. 이 경우 영국 경제의 큰 비중을 차지했던 북해산 원유에 대한 소유권 분쟁이 대두하는 등 엄청난 시련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민의 급격한 유입, 특히 이들에 의한 일자리 잠식 및 늘어나는 복지 비용과 EU 분담금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라는 요인이 영국인들의 부정적인 감정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대영제국답게 큰 그림을 보지 못한 채 국민 개개인의 불만이 증폭돼 이런 큰일을 낸 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 더 당황스러운 것은, 브렉시트에 대한 우리 경제의 과민 반응이다. 브렉시트가 결정되던 날 필자는 영연방 중 하나인 인도에서 포럼에 참여하고 있었다. 인터넷으로 접한 한국 경제의 반응은 가히 공황 수준이었다. 코스피도 장중 1900선이 무너졌고 코스닥은 장중 7%까지 하락,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마치 우리가 브렉시트를 한 것 같았다. 반면에 인도는 상대적으로 차분했다. 물론 주가는 떨어졌지만 오후 들어 하락세를 면하고 일부 회복했다. 인도의 루피화도 하락하다가 회복하는 경향을 보였다. 인도 정부가 큰일을 한 것도 아니었다. 국민에게 외환보유고가 충분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오히려 곧 다가올 몬순이 피해를 줄 수 있으니 그 대비나 하자고 했다.
우리의 경우도 브렉시트의 충격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거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EU와 자유무역협정(FTA) 수정 협상을 진행할 대비를 하고 차분하게 준비하면 된다. 오히려 승승장구하던 EU로부터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영국이 유로존의 일원이 아니라는 점, 그래서 유로화의 위기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도 그나마 다행이다. 현재로서는 EU의 위기보다는 영국의 위기로 보고 대처하는 것이 현명하다.
다만, 브렉시트가 전 세계적으로 고립주의라는 유행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있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의 경우 강력한 대권 후보 중의 하나인 트럼프도 고립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1980년대부터 개방과 경쟁을 속성으로 하는 신(新)자유주의의 선봉에 섰던 영국과 미국이 고립주의로 회귀하는 것은 세계 경제의 통합을 저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영국에 이어 또 다른 탈퇴 국가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어 우리가 대비할 여유가 있다. 다만, 수출 중심의 성장을 해온 우리 경제가 이러한 고립주의에 대비하기 위해 민·관이 협력하는 지혜를 모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항상 정답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현재 우리 경제가 당면한 여러 과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는 노력을 하면서 브렉시트로부터 발생 가능한 문제점들을 하나씩 차분히 풀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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