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이 과잉진료·의료쇼핑 등에 따른 의료비 청구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서울의 한 병원을 찾은 환자가 자기공명영상(MRI)을 찍고 있다. 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자료사진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이 과잉진료·의료쇼핑 등에 따른 의료비 청구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서울의 한 병원을 찾은 환자가 자기공명영상(MRI)을 찍고 있다. 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자료사진
(上) 보험료 인상 초래하는 도덕적 해이

병원·환자 사이 ‘은밀한 거래’… 미용시술이 화상치료 둔갑도
지난해 실손 손해율 123.6%… 보험료 상승 이어지는 악순환
“MRI·도수치료 부르는 게 값… 비급여 체계 개선이 근본책”


주부 최진영(52) 씨는 최근 나이 들어 보이게 하는 얼굴의 검버섯을 빼기 위해 서울 시내 한 피부과를 찾았다. 피부과 상담실장은 최 씨의 얼굴을 보더니 “실손보험에 가입했느냐”고 먼저 물었다. 이에 최 씨가 “실손보험으로 검버섯 치료비를 받을 수 있느냐”고 묻자, 상담실장은 “보험금을 청구할 때 화상(火傷) 치료를 받았다고 하면 된다”면서 “치료비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최 씨는 불법을 저지른다는 기분이 들어 찜찜했지만, 그동안 낸 실손 보험료 본전을 뽑는다는 생각에 병원 제안을 받아들였다. 실손보험의 허점을 노린 병원과 환자 탓에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이 몸살을 앓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잉진료와 의료쇼핑으로 불거진 실손보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병원과 환자 간 ‘은밀한 거래’를 유혹하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28일 보험연구원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 손해율은 123.6%로 지난 2011년 93.6%와 비교했을 때 30.0%포인트나 뛰었다. 손해율이 100%를 넘으면 보험료 수입보다 보험금 지출이 더 많다는 얘기다.

28일 보험연구원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 손해율은 123.6%로 지난 2011년 93.6%와 비교했을 때 30.0%포인트나 뛰었다. 손해율이 100%를 넘으면 보험료 수입보다 보험금 지출이 더 많다는 얘기다.

손해율 상승은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보험연구원 자료를 보면 실손 보험료 부담은 올해 10만6000원(4인 가족 기준)에서 오는 2026년 21만6000원으로 10년 사이 두 배 이상 급증할 전망이다. 이대로는 실손보험 현상 유지가 어렵다는 지적이 금융권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또 손해율을 손보지 않으면 3200만 명(2015년 기준, 중복 가입자 포함)이나 가입한 실손보험으로 인해 국민들의 가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 배경은 가입자의 ‘의료쇼핑’과 일부 병원의 ‘과잉진료’가 그야말로 ‘쿵짝’이 맞으면서다. 이에 대해 의료계에선 “보험사가 지나친 특약 등을 통해 출혈 경쟁을 벌인 결과 손해율이 높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많고 적음을 떠나 가입자나 병원 양측의 도덕적 해이가 실손 보험료 인상 요인이라는 것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이라는 것 자체가 어떤 완벽한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구조적으로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도 “많은 수익을 내려는 일부 병원과 낸 보험료만큼 또는 그 이상 보험금을 타고 싶어하는 환자의 잘못된 판단이 실손 보험료 인상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얼굴에 난 검버섯과 같이 미용 목적의 치료는 실손보험에서 보장받을 수 없다. 하지만 일부 병원은 환자와 짜고 보험사에 화상 등으로 신청, 보험료를 청구한다. 병원과 환자가 마음먹고 속이면, 이를 적발하기도 쉽지 않다.

정 연구위원은 “의료계에선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는 상품을 만드는 게 문제라고 지적하지만, 실제 행위를 하는 건 의료기관이고 진실하게 보험사에 치료 내용을 알려야 하는 게 가장 우선”이라며 “또 일방적으로 보험 가입과 보험금 심사를 깐깐하게 해 도덕적 해이를 막는 장치를 강화하다 보면 선의의 피해자만 더 생기게 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기본형’에 필요한 ‘특약’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실손보험 상품을 다양화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과잉진료가 빈번한 도수치료(맨손 통증 치료)나 고주파 열치료술, 수액치료 등 비급여 항목을 특약으로 분리, 보험료 인상을 막겠다는 것이다. 비급여는 의료 치료비에서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치료를 말한다. 실손보험이 없으면 환자가 치료비 전액을 본인이 내야 한다. 비급여는 병원마다 가격 차이가 커 실손 보험료 누수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비급여 항목을 특약으로 분리하더라도 과잉진료가 빈번하게 발생하면, 해당 특약 보험료는 또 인상된다. 정작 필요한 사람이 보험에 들지 못하는 일도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비급여 관리 체계를 개선하지 않고선 실손보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자기공명영상(MRI)은 대표적인 비급여 항목으로 병원에서 부르는 게 값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종합병원 기준 경추(목등뼈) MRI 가격은 최저 25만 원부터 최고 75만6000원까지 3배나 차이 났다. 갑상선 초음파의 경우 3만 원대부터 18만 원대까지 천차만별이다.

도수치료도 비급여 문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도수치료는 2006년 비급여로 바뀌면서 의료기관이 마음대로 가격을 정하기 시작했다. 또 체형 교정이나 피부 미용 목적이라면 실손 보험금을 받을 수 없지만, 이를 속여 보험금을 타내기도 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 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해선 비급여 개선을 통한 의료계와 환자의 도덕적 해이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며 “특히 비급여는 명칭이나 코드 표준화가 잘 안 돼 있어 합리적인 진료비마저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실손보험 손해율이 높아지는 원인 100%가 도덕적 해이 때문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도 “비급여의 허점을 개선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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