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악용한 사례 많아”

실손의료보험에 대한 일부 병원과 의료진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차단하기 위해 금융당국도 ‘칼’을 빼 들었다. 대표적인 실손보험 악용 사례로 꼽혔던 도수치료(손으로 하는 물리치료)에 대해 제동을 걸면서다. 객관적인 검사도, 질병 상태의 호전도 없이 반복적으로 시행된 도수치료는 더 이상 실손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9일 40대 여성 A 씨가 제기한 도수치료에 대해 실손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A 씨는 앞서 경추통·경주염좌 진단에 따라 2015년 8~10월까지 총 19회(99만7700원)에 걸쳐 도수치료를 받았다. A 씨는 도수치료 비용을 실손보험 가입 보험사에 청구했고, 보험사는 실손의료비 99만 원을 지급했다. 이후 A 씨의 도수치료는 계속됐다. 같은 해 10월 7일~ 12월 23일까지 A 씨는 같은 병원에서 도수치료를 22회 추가로 받고 247만 원 상당의 실손 보험금을 보험사에 청구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고, A 씨는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분쟁조정위는 체형교정 등 질병 치료 목적으로 보기 어렵고, 치료 효과 없이 반복적으로 시행한 과잉 도수치료는 실손 보험금 지급대상이 아니라고 결정을 내린 것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에서 도수치료를 포함한 통원 의료비는 1년간 최대 180회, 1회당 20만 원 한도로 보상받을 수 있다. 보험사는 A 씨의 경우 지난해 8월 처음 경추통 진단을 받고 도수치료를 할 당시에는 증상 완화를 위한 통증치료로 인정하고 실손보험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10월 7일 이후 도수치료에 대해서는 질병 상태의 호전 여부에 대한 의학적 진단도 전혀 없이 무조건 도수치료를 반복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질병 치료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분쟁조정위 역시 A 씨의 질병 상태를 고려하면 적정 도수치료 횟수는 주 2~3회, 4주 정도인데 이 범위를 넘어섰다는 판단을 내렸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손보험 제도를 악용해 질병 치료와 무관한 체형교정 목적으로 도수치료가 이뤄진 사례가 많다”며 “과잉 진료행위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도수치료는 실손보험의 ‘나이롱 환자’를 양산하는 도덕적 해이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명확한 기준이 없어 의료기관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인 데다, 의사가 아닌 운동치료사들이 치료하고도 고가의 진료비를 요구하기도 했다. 도수치료 외에도 약침, 추나요법 등 과잉 비급여 진료도 문제로 지적됐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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