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나라 안팎으로 닥친 긴박한 안보·경제 위기에 직면한 대한민국에서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솔선수범해야 할 국회·국회의원들이 내놓은 세종시 국회분원안(分院案)과 동해안 제2국회연수원 건설 뉴스를 대하는 국민의 눈이 어떤지 아는가? 해도 너무 한다는 것이다.
쓰러져가는 대우조선해양을 뜯어먹은 최고경영자(CEO) ‘하이에나’와 본질적으로 다른 게 뭔지 모르겠다. 돈 되는 것이면 지위나 특권을 활용해 뭐든 뜯어먹고, 표(票) 되거나 권력에 유리한 일이면 뭐든 하는 게 그렇다. 의원 개인 차원의 탈법·불법 선거·정치 자금, 뇌물·리베이트 수수, 자식 취업 압력, 딸의 유급 인턴 및 동생의 국회 비서직 취업, 보좌관 월급 상납 등의 갑질부터, 김해로 결론 났지만 밀양-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내건 지역 갈등 조장, 위헌(違憲)으로 결론 난 수도이전법, 그리고 행복도시(세종시)법 통과 등 헤아릴 수 없는 예가 있다.
선거 때면 내려놓겠다던 그 많은 특권을 내려놓는 일은 본 적 없고, 지난 19대 국회 때 정부가 하는 일을 사사건건 브레이크 걸어온 것 외에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한 일이 뭔지 모르겠다. 국회의 할 일 하나가 정부 하는 일을 견제하고 균형 잡는 일이라지만, 그것이 능사가 아니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한 경우 외에는 정부를 밀어주고 정부로 하여금 일을 하게 하며 잘·잘못은 다음 선거 때 국민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것이 임기제와 책임정치 및 선거의 헌법 원리에 맞다. 정부가 일을 못 해서 국가가 죽을 쑤는 것이 반드시 정부 담당자들의 무능·정치력 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이 헌법적 원리에 부응하지 못하는 국회의 무능·정치력 부족에도 이유가 있을 수 있음은 분명하다.
여야 야합으로 통과된 행복도시법은 원래 법리상으로 수도이전법의 위헌결정을 부분적으로 훼손하는 불합리한 탈법적 입법이다. 입법·행정·사법부 전부의 이전이 위헌이라면 행정부의 일부 이전은 법리상 수도이전법의 위헌결정을 훼손하는 불합리한 탈법 행위일 수밖에 없다. 또, 그것이 얼마나 낭비를 많이 초래하는 불합리한 입법인지는 우리가 목격하고 있다. 법리상 국회 분원안도 그러하다. 국회 분원안이 합헌이라면 대법원 분원이나 헌법재판소 분원도 합헌일 것이다. 그럼에도 국회 분원안이 일부 지지를 받는 것은 그것이 가져다 주는, 표로 계산되는 정치적 이익과 지역에 뿌려질 국고금 건설 비용 그리고 그것이 동반할 혜택 때문이다. 그러면 그것이 가져올 낭비와 불편과 지역 갈등은 누가 떠안게 되는가?
지역의 표심(票心)을 잡고 건설 비용으로 거액의 국고금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킴으로써 얻게 되는 정치적 이익 계산 외에 국회연수원 건설이 국가적 차원에서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인가? 여의도에 있는 국회의사당과 의원회관을 포함한 수많은 건물군을 두고 국회연수원을, 그것도 경치 좋은 해안가에 두 개씩이나 건설하고 관리·유지하는 것이 국회의 기능 수행을 위해 비용 대비 얼마나 효과적·효율적일지 의문이다. 더구나 그 건설이 객관적 비용효과(B/C) 분석에 바탕을 뒀는지는 더욱 의문이다. 도대체 무엇을, 또는 누구를 위한 시설인가?
스웨덴, 덴마크에서는 의원 2인에게 비서 1인이 딸리고 의원 태반이 자전거로 출퇴근하며, 의원들의 공무여행 경비 엄산(嚴算), 입법 업무의 생산성 등을 소개한 최근 KBS 보도를 보면서 우리 국회의 생산성이 그만하다면 제2의 연수원 건설이 무엇이 문제 되겠는지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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