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렇게 말만 앞서는 사회풍조로 인해 가장 취약해지는 곳이 위장기능이다. 최근 속이 더부룩하고 아파서 병원에 찾아갔지만 뱃속 기능은 멀쩡하여 기능성 위장장애나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진단받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기본적으로 위장관은 인체를 구성하는 세 가지 기준 축 중에 습원(濕原)에 해당된다. 그런데 위장관의 수분 함량이 잘 조절되지 않으면 잉여수분이 장관 내에 존재하게 되며 이것을 한방에서는 담적(痰積)이라 부른다. 담적은 소화 기능에 문제를 야기한다.
말이라는 것은 받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대화로 발전한다. 소통이 잘된다는 것은 인체로 따지면 위장관에 조습(燥濕)이 균형을 이루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 때문에 뿌리 없이 자기 하고 싶은 말만을 쉼 없이 뱉어내는 사람은 음식물도 이와 마찬가지로 장내에서 충분히 흡수되지 못하고 설사(濕)로 배설된다. 또한 앞뒤가 막혀 자기 속의 이야기를 잘 꺼내지 않는 사람은 변비(燥)로 고생할 가능성이 높다. 식습관 변화나 스트레스, 운동부족 등과 더불어 소통부재의 사회가 만들어낸 질환이다.
교란된 위장기능을 튼튼하게 하는 데 최우선 순위로 꼽히는 재료가 출(朮, 삽주의 뿌리)이다. 우리가 시중에서 접하게 되는 출은 백출과 창출 두 가지로 나뉜다. 창출과 백출은 품종에 다소 차이가 있으나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출은 창출이 대부분이므로 삽주의 뿌리줄기를 창출, 알뿌리를 백출로 대용해서 사용한다. 따라서 백출을 고를 때는 쓴맛과 매운맛이 강한 국산보다 단맛이 비교적 강한 중국산이 백출 본래의 이용목적에 맞다고 할 수 있다.
창출이 맵고 자극적인 향으로 수분을 표피로 끌어올려 땀을 배출시키고 몸의 습기를 제거하는 반면, 사람의 위 형상을 하고 있는 백출은 맛이 창출에 비해 약간 달큼해 기운을 나게 하고 비위(脾胃)를 튼튼하게 해준다. 평소 식욕이 없거나 각종 소화장애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좋다. 특히 요즘같이 날씨가 더워지면 인체 상부와 표피로 열이 몰리고 상대적으로 복부와 소화기는 차가워져 복통과 설사 증상을 보일 때 백출차가 좋다. 따뜻한 성질의 백출차는 위장관의 연동운동을 활성화하고, 체내 조습 균형을 유지시켜준다.
백출은 햇볕에 말려 사용하며, 서늘하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 보관한다. 백출차로 만들어 먹을 때는 말린 백출 15∼20g을 물 600㎖에 넣고 약한 불로 끓이면 된다. 특유의 향과 맛이 조금 부담스럽다면 감초를 넣어 단맛으로 희석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한 생강과 대추를 가미해서 상승효과를 노려 볼 수 있다. 백출은 태기를 안정시켜 유산과 하혈을 방지하고, 잉여수분을 소변으로 배출시켜 주기 때문에 부종과 관절염 등 전신이 무겁고 쑤시는 증상에도 활용한다. 또한 백출에 있는 정유 성분은 특유의 향을 내는데 이것이 신경계에 진정작용을 하여 신경쇠약이나 우울증에도 효과가 있다.
김현우 차서레시피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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