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명상의 효과

지난 2월 뉴욕타임스 등 해외언론은 ‘생물학적 정신의학(Biological Psychiatry)’ 학회의 저널에 발표된 논문을 인용해 명상을 하면 사람의 두뇌가 실질적으로 변화하고 신체 건강도 증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이런 명상의 효과에 대한 과학적 연구결과는 근래 자주 나온다.

―주교님, 지난 회까지 명상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들었습니다. 오늘은 명상의 효과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현대인들은 마음의 병이 적지 않은데요.

“심리학에서 대표적 심리치료 방법은 ‘인지치료’입니다. 여러 방법이 있지만, 프로이트가 말한 무의식에 갇혀 있던 상처를 의식으로 끌어올려, 상담을 받는 사람이 무엇이 지금 정신적 문제인가를 스스로 알게(인지) 하고 대책(치료)을 세우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뻔히 문제를 알지만 고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인지한 내용을 충분히 명상 속에서 깨달으면, 즉 분석적인 좌뇌가 쉬고 직관적인 우뇌가 활성화되며 인지했던 것이 마음 깊숙이 녹아들면 행동을 수정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됩니다. 심리학의 인지치료에 명상을 보완하면 훨씬 효과가 큰 것이지요.”

―앞에 소개한 연구결과처럼, 명상을 통해 두뇌가 실질적으로 변화할 수 있나요?

“한국에도 다녀간 세계적인 뇌 과학자 세바스찬 승(한국명 승현준)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나는 나의 유전자(genes)라기보다는 나의 커넥톰(connectome)이다’라고 했습니다. 커넥톰은 ‘뇌 신경 회로’입니다.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인 윌리엄 제임스는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혁명은, 사람이 자신의 마음에 대한 태도를 바꾸면 인생도 바꿀 수 있음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뇌에 대한 최근 연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하나하나가 우리의 뇌 구조를 쉬지 않고 바꿔간다는 겁니다. 생각하고 대화하고 느낄 때마다 뇌의 뉴런과 시냅스에 영향을 끼쳐 새로운 배선의 신경회로를 만들어 뇌의 구조를 바꿉니다. 남을 미워하고 증오심만 갖다 보면 그렇게 신경회로가 형성돼 자극만 받으면 증오심이 살아납니다. 자비 명상을 하다 보면 자비심의 신경회로가 생기게 됩니다.”

―명상은 뇌의 신경망, 곧 마음과 행동을 새로 디자인하는 셈이네요.

“임상심리학자들이 살펴본 바로는, 똑같은 충격적 사건을 경험했더라도 어떤 사람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리지만, 어떤 사람은 그 사건을 발판으로 삼아 더 성장한다고 합니다. 마음을 어떻게 디자인해 지니는가가 중요한 거지요. 마음먹기에 달렸다, 곧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행복과 불행, 성공과 실패는 그럴 수밖에 없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명상의 효과는 그 밖에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

“명상가들의 가르침과 나의 경험으로 정리해보지요. 명상을 하면 세상을 보는 관점이 바뀌고, 정서를 안정시키고 감성지수(EQ)를 강화합니다. 상한 감정을 치유해 사랑과 위로, 용기를 얻게 되면서 몸과 마음이 건강해집니다. 집중력, 창조력, 잠재력, 긍정심, 자존감을 높여주고, 면역력을 강화해 성인병 예방과 치료에 좋습니다. 나아가 명상은 깨달음을 얻어 자아를 초월하게 하고, 자연과 하나 되는 일치감을 느끼게 해주어 궁극적인 행복감을 가져다줍니다.”

―주교님의 구체적 경험을 들려주십시오.

“캐나다 앨버타대에서 박사과정을 할 때 ‘성요한 성공회 수녀원’에서 매년 1월 한 달간 머물며 긴 시간을 명상하곤 했습니다. 그때 특이한 경험을 했습니다. 세미나며 숙제 등의 스트레스로 늘 가슴이 뛰고 머리와 어깨가 무거웠고, 축농증으로 늘 숨이 막혀 밤에 잠도 자지 못했어요. 명상방에 머무는 며칠 동안 나의 그런 증세는 씻은 듯이 사라졌습니다. 가끔 어떤 황홀감을 느끼곤 했습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돌고래와 파도 소리가 들리는 테이프를 듣기도 했는데, 나는 기독교 신앙이 있는 사람이라 그 소리를 들으면서 예수님과 함께 깊은 바닷속을 헤엄치기도 하고 숲 속을 거닐어도 보았습니다. 자아를 초월한 어떤 경지를 맛보았던 것입니다. 순간순간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경험을 하며 그만큼 성장과 치유도 경험했습니다. 나는 이런 관점에서 명상의 본질은 치유라고 생각합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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