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범 논설위원

‘개헌 고지’가 눈앞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몸이 바짝 단 모양이다. 7월 1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그 ‘버럭 성질’이 또 나왔다. 지난주 한 총선 토론 프로그램에서 사회자가 녹화를 마칠 시간에 야당인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민진당 대표에게 발언 기회를 주자 강력히 항의했다. 약속된 종료 시간을 넘겼다는 것이 이유지만 겨우 1분을 초과했을 뿐이다. 그의 버럭 성질은 정평이 나 있다. 자신과 다른 의견에는 참지 못하고 화를 내며 거칠게 반발한다. TV 생방송 대담 도중 아베노믹스에 부정적인 시민들의 반응이 나오자 의도적 편집이라고 항의했고, 그 뒤 방송사에 보도 지침서를 보내 언론 파동을 일으켰다. 화상 인터뷰 중 곤란한 질문을 받으면 아예 이어폰을 빼고 하고 싶은 말만 한다. 의회에서도 자기주장만 하는 통에 야당과 논쟁조차 안 된다. 야당 의원 질문에 야유를 퍼붓다가 ‘위원회 활동을 중지시키겠다’는 경고를 받았으며, 자민당이 사죄와 재발 방지를 약속한 일도 있었다.

반대파를 설득하기는커녕 “내가 최고 책임자”라고 윽박지르며 소통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고력 빈곤과 논리 빈약의 방증이다. 그는 전범 도조 히데키(東條英機)에게 반대했던 조부 간(安倍寬) 전 중의원이나, 역시 군국주의를 날카롭게 비판했던 부친 신타로(安倍晋太郞) 전 외무대신의 품에서 자라지 못했다. A급 전범으로 수감됐던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의 영향을 받고 자라 징고이즘(jingoism·극단적 애국주의)이 신앙이다. 무시험으로 진학한 세이케이(成蹊)대 법학부 시절엔 마작을 즐기며 수업에는 별 흥미가 없었다고 한다. 대학 은사조차 “사상사라도 공부한 후에 보수주의를 얘기하면 그나마 괜찮겠지만 전혀 관련 공부를 하지 않았다”고 증언한다. 그의 극우는 학습된 것이 아니라 세습된 것이다. 공부가 부족하니 이론이 빈곤하고 토론도 불가능하다. 부친이 ‘정이 없고 상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며 자주 꾸중했던 점과 맞닿아 있다.

브렉시트가 아베노믹스를 코너에 몰고 있다. 유권자들의 불안 심리로 개헌 발의 선인 의석 3분의 2를 확보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만 옳다는 ‘빈곤한 보수’와 ‘불통의 리더십’이 언제까지 통할까.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닌 것 같아 어쩐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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