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관님, 그 답변은 준비하고 계셨던 겁니까?”
유병선이 서동수에게 준 답변 내용은 책임이 정부와 포겐사에 있다는 것이었다. 고정규와 비슷한 내용이다. 유병선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쓴웃음을 보였다.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포겐사 제품을 구입한 10만여 명의 유권자와 가족, 포겐사와 협력업체 관계자 등 수십만 표가 날아가지 않을까요?”
그때 서동수가 정색하고 보았으므로 유병선의 가슴이 뜨끔했다.
“그런 것 때문에 입을 다문다면 나쁜 놈이지. 뻔히 알면서도 나서지 않았으니 비겁한 놈이고 나라를 말아먹은 놈이야.”
숨을 들이켠 유병선을 향해 서동수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포겐사 제품을 구입한 유권자들에게 현실을 알려 줘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그들을 계몽시켜 끌어들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그런 노력도 하지 않고 표 있다고 도망만 쳐?”
“그렇군요.”
마침내 유병선이 커다랗게 머리를 끄덕였다. 눈이 번들거리고 있다. 그때 주머니의 핸드폰이 울리자 유병선이 꺼내 보았다. 그러더니 어깨를 부풀리면서 서동수를 보았다.
“장관님, 대한방송 안호백 기자입니다. 전화를 받아야겠는데요.”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이자 핸드폰을 귀에 붙인 유병선이 몇 번 대답하더니 송화기를 손바닥으로 덮고 서동수를 보았다. 눈을 치켜뜨고 있다.
“방금 생방송을 보았답니다. 공감을 해서 장관님과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데요. 이것도 생방입니다.”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유병선이 말을 이었다.
“장관님의 소신을 말씀해 주시지요.”
오후 3시, 라디오 방송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세상을 달린다’의 DJ 안호백 기자가 음악이 끝났을 때 말했다.
“이제 한랜드의 서동수 장관께 이번 포겐사의 배기가스 유출 문제에 대한 의견을 묻겠습니다. 장관님 저, 안호백입니다. 안녕하셨어요?”
“아, 예. 반갑습니다.”
현대차를 운전하는 장성호는 자유로를 달려가는 중이다. 방금 파주의 물류창고에서 나와 신촌의 회사로 돌아가고 있다. 그때 안호백이 물었다.
“포겐사 제품이 배기가스 사건 이후에도 잘 팔리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포겐사 제품이 다 배기가스를 규정량보다 20배나 내뿜는 것은 아니겠지요.”
“물론 그렇죠.”
안호백이 맞장구를 치자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런 차가 나오지 않을 겁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예를 들어 규정량보다 100배나 많은 배기가스를 내뿜는 차량이 도로를 달린다고 생각해 보세요.”
“말씀하세요.”
“그 운전자는 제 차에서 나오는 가스를 마실까요?”
“가만, 안 마시겠는데요.”
안호백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배기가스가 뒤로 나오는군요.”
“자신이 배기가스를 마시지 않고 뒷사람이 다 마시는 겁니다.”
그러더니 서동수의 목소리가 굵어졌다.
“만일 자신의 차에서 내뿜는 가스를 마신다면 벌써 난리가 났겠죠. 아마 자동차 배기가스 문제는 세상에 나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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