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티칸 비리폭로 ‘성전의 상인들’ 저자 잔루이지 이메일 인터뷰
2012년 바티칸은 기밀문서가 유출돼 발칵 뒤집혔다. 소위 ‘바티리크스(바티칸+위키리크스)’로 명명된 이 사건은 이탈리아 저널리스트 잔루이지 누치(47·사진)가 당시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집사에게 입수한 기밀문서를 바탕으로 바티칸의 비리를 폭로한 ‘교황성하’란 책으로 시작됐다. 베네딕토 16세는 이듬해 사임했고, 잔루이지의 책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잔루이지는 지난해 ‘바티리크스 2’로 불리는 ‘성전의 상인들’을 출간, 최근 국내(책사진·매경출판)에도 번역돼 나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취임 이후 단호한 개혁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개혁의 전망은 어두울 뿐인가.
“교황의 주적(主敵)은 관성에 젖은 교황청 안에 너무 오랫동안 있었고, 언제나 (업무의) 전문성이 없었다. (그들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이 궁극적인 (개혁의) 목표다. 여기에는 많은 사람과 새로운 법률이 필요하진 않지만, 모두에게 변화의 바람을 이해하게 만드는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또 교황의 개혁으로 힘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이용당하며 하느님에 대해 몇 번의 그릇된 선택을 했던 이들과도 (개혁에) 함께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당신은 주로 교황청의 구(舊)세력과 프리메이슨 등을 개혁의 반대파로 말하고 있는데, 미국 가톨릭도 교황의 개혁에 우호적이지 않다. 국제·정치적 파워게임도 개혁에 영향을 준다고 보는가.
“검은 이익, 불법, 파워게임들을 배양하고 프란치스코를 방해하는 사람들과, 프란치스코와 신학적 견해가 다른 사람들은 구분될 필요가 있다. 그들은 다른 세계이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개혁 속도를 늦추는 것을 목표하는 사람들은 교황의 신조에 대한 충돌을 부채질하고, 교황의 지위를 약화하려고 한다.”
―개혁의 길을 걷는 교황의 신변이 위협받을 가능성은 있는가. 책에서 범죄조직에 대해 잘 아는 이탈리아 검사들이 프란치스코의 안전에 대해 지속해 우려를 표해 왔다고 했는데.
“나는 베네딕토 16세 교황에 의해 시작되고,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계속되고 있는 개혁이 위험에 처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교황의 신변은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변화에 대한 교황의 진실한 바람을 따르는 충직하고 소박한 동료들의 지원이 있기 때문이다.”
―당신의 ‘교황성하’ 출간 이후 베네딕토 16세가 교황직을 사임했다. 그 책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 베네딕토 16세는 왜 교황청의 ‘어두운 세력’들과 맞서지 않고 무력하게 사임했다고 보는가.
“베네딕토 16세의 사임 이유에 대한 이전의 해석은 오해임을 내 책은 명확히 하고 있다. 베네딕토 16세가 사임한 이유는 소명의식, 기부금과 신도 수의 감소 등 교회의 전무후무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베네딕토 16세는 가톨릭 세계를 하나의 공동 사회로 연합할 수 있도록 정밀하게 계획을 세운 것이다. 더는 연기할 수 없는 이 개혁을 설립하고 밝힐 수 있는 새로운 교황에게 문을 열어준 것이다. 결국, 우리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름을 선택한 최초의 예수회 교황을 가지게 됐다. 그는 교회가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가난한 자들을 교황 자신의 중심에 놓고 있다.”
―책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옹호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한 이유는.
“나는 책에서 교황에게 반대하거나 지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몇 번이나 언급했다. 특히 이탈리아에서, 만약 바티칸의 재정에 대해 조사할 경우 (기자라면) 그가 교회를 지지하든 그렇지 않든 쓸 것이다. 기자의 역할은 누군가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관련 있지만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당신은 종교가 가톨릭인가. 당신의 종교가 저작 작업과 연관이 있나.
“약간은 가톨릭이다. 실제로 내 책에서 교회에 대해 어떤 부정적인 단어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내 종교 유무는 저술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
―당신은 바티칸의 ‘정보 및 문서 유출에 관한 형법’에 따라 기소된 상태다. 재판의 전망은.
“바티칸은 비밀로 유지돼야 하는 정보의 유포자로 나를 재판에 기소했다. 나는 그들이 스캔들과 부정행위가 드러난 것에 당황스러워하는 것을 이해한다. 그러나 기자의 의무는 침묵하고, 숨기고, 눈감는 대신 뉴스를 공개하는 것이다. 내 책은 절대 그들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저 공개한 각각의 문서들은 모두 사실이고 정확하며, 그 내용이 성전에서 ‘상인’들을 제거하기 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싸움을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평가한다면.
“위기의 시기에 교회를 이끄는 예지력 있는 예수회.”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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