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대안세력 형성 안되며
‘올드보이’에 임시운영 맡겨


여야 3당이 모두 비대위 체제로 돌입한 30일, 정치권 안팎에서는 현 정부 트레이드마크인 ‘올드보이의 귀환’이 정치권에서도 재연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위기에 빠진 조직을 구하기 위해 각 당이 추대한 비대위원장이 모두 40년대 생이기 때문이다.

김희옥(68)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48년생, 김종인(76)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40년생, 박지원(74)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42년생이다. 평균 나이 72.7세의 노장들이 전면에 나서 당을 이끌면서 지난해부터 주목 받아온 ‘50대 기수론’이 무색해진 상황이다. 극심한 계파 갈등으로 인해 외부에서 위원장을 영입한 새누리당과 더민주는 각각 법조계와 정치계 원로에 키를 맡겼고, 국민의당은 이미 비대위원장을 두 번이나 경험한 박 원내대표에게 다시 위원장직을 맡겼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사실 민주적 절차로는 당 대표로 선출되기 어려운 분들”이라며 “우리나라 정치권은 당이 위기 상황일 땐 반발이 적으니 나이와 경륜이 많은 분의 수직적 리더십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김종필 전 총리 등이 3김 시대를 이끌 때의 나이도 이보다는 어렸다”는 말로 현 정치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물론 더민주의 경우 김 대표의 카리스마적 리더십으로 당이 안정 국면에 들어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8월 27일 전당대회를 열어 새 대표를 뽑기로 했지만, 앞서 당내에서는 김 대표 체제의 유지를 위해 전당대회를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하지만 이번 현상에 대해 한국 정치가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취임한 로마의 첫 여성 시장 비르지니아 라지의 나이가 30대 후반”이라며 “세계는 전반적으로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고 있는데 한국 정치만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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